그녀가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면 사람들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남자들이 더 많이 오토바이를 선호하다 보니 작은 체구의 여자가 부르릉거리며 시내를 가로지르면 누구나 한번씩 쳐다보았다..
그녀는 작지만 당당한 카리스마를 지닌 집배원 순덕씨였다.. 이름만 으로는 순하고 착한 어염집 여자로 생각활 것이나
그녀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면 그당찬 모습에 기가 죽었다.오늘도 그녀는 서둘러 출근을 하였다 며칠 동안 내린 폭설로 거리는 온통 하얗다
˝순덕씨 미끄러우니까 조심 하세요.˝
동료직원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순덕씨는 담당마을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공주의 산간 마을은 아직도 경운기 정도나 다닐 수 있는 좁은 농로가 대부분이었다.
순덕씨는 사라져버린 길들을 기억하느라 마을입구에서 한참동안 서 있었다.
외딴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의 소포를 배달해야 했다. 길은 끊어졌고.
할머니 집까지는 순덕씨가 길을 내면서 가야 했다.
간간히 나 있는 날짐승의 발자국을 따라 언덕을 오르자 전만치 할머니 집이 보였다..
쏟아져 내린 기왓장 대신 비닐조각을 덮어놓은 지붕은 금세라도 눈의 무계를 견디지
못할 것처럼 허술했다. 집이 아니라 움막 비슷했다.
순덕씨는 잠깐 숨을 몰아쉬었다. 젖은 발과 손이 시려웠다.
뒤돌아보니 마을 입구가 까마득했다. 할머니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는 힘든 거리였다.
순덕씨는 옷에 붙은 눈들을 털어내고 다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손에 든 소포는 꾸러미의 무게가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마음만은 하얀 눈처럼 맑았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전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순덕씨의 경우는 그랬다.이윽고 할머니의 집에 도착한 순덕씨는 나직하게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
소리는 순간 . 외딴집의 정적을 깨트렸다. 낮은 지붕위에서 눈뭉치가 툭하고 쏟아져 내렸다
장독대 근체에 있던 청설모 한 마리도 놀라서 산으로 도망쳤다.
˝할머니 안계세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순덕씨는 걱정이 앞섰다. 이런 날씨에 할머니가 외출 할리도 없고
아파서 누워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토방 댓돌위에 있는 할머니의 고무신을
확인한 뒤 큰소리로 다시 한번 할머니를 불렀다.
˝누구여?˝
방문이 열리면서 할머니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보였다.
˝어디 편찮으세요?˝
정신이 든 할머니는 순덕씨가 내미는 소포상자를 받아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