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느슨해 있거나 사는게 지루할때보다 증세가 심할때면 유서를 쓰는 버릇이 있다.
죽음처럼 완벽한 끝맺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곧 죽을 사람처럼 진지하게, 때로는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슬픔 때문에 울먹이면서 유서를 썼다. 그순간은 진짜 죽을 사람이 되어야 했다.
사각사각 펜 움직이는 소리만 크게 울려 퍼지는 한밤중에 책상 앞에 앉아서 나는 유서를 써젖혔다.
˝사랑하는 모든이들이여 안녕˝이라고 끝맺음을 할 때면 더 이상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 지독한 감기 환자처럼 훌쩍거리곤 했다.
그러나 유서쓰기를 끝내고 바라본 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몇 시간 후면 어둠이 걷히고 눈부신 새벽이 찾아온다는게 얼마나 감사했던가? 어느새 맨 밑바닥에 떨어져 위를 바라보는 나를 발견할수 있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었기 대문에 나는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건 가슴 벅차게도 희망뿐이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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