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이야기>
< 1 >
그래, 난 소매치기다. 젠장!!
그렇다고 아무 지갑이나 막 쓱쓱 가져가진 않는다. 탁 봐서 지갑
잃어버리고 돈 잃어버려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만한 사람들 것만 쓱쓱
한다.
원래는 돈암동 쌍칠파에 있었다. 강세 형님 밑에서 10살때부터 먹고
지내다가 13살이 되니까 이제 나도 기술을 익혀야 한다며 열라 빡터지게
고생하면서 배운 기술이다. 거기서 몇년간 형님하고 같이 일하다가 우리
파가 구역 다툼 으로 지철파에게 깨져서 뿔뿔히 흩어지고 이제 나 혼자
일하고 다닌다.
길거리를 걷다가 ´저 쉐이 돈 좀 있게 생겼는데,´ 싶으면 우선 다가간다.
그래서 그 사람 옆에 있는 사람을 슬쩍 밀어서 그 사람이랑 부딛히게 한
다음 난 반대편으로 가서 그 사람 신경이 옆으로 쏠린 틈을 타서 슬쩍 한다.
이 손기술은 피로 익힌 기술이다. 강세 형님한테 배울때 옷에서 1Cm
떨어진 곳에 칼을 꽂아놓고 배웠다. 처음에 할때는 손에서 피가 배지 않은
날이 없었고, 어떨때는 손가락 살이 한웅큼 베어나가기도 했다.
< 2 >
젠장. 그날은 운이 개똥인 날이었다. 오랜만에 명동에 나가서 한탕 해
볼려고 그랬는데 그날따라 괜히 사람들이 날 계속 쳐다보는거 같고,
어쩌다가 괜찮은 자식이 지나가면 꼭 그 옆에 다른 사람하고 같이 가곤
했다. 젠장!!
한 1주일동안 일을 안했더니 감각이 둔해진건지, 자꾸 쓱 할 시기를 놓쳐서
아침에 나왔는데도 점심 먹을 돈을 구하지 못해 굶었다.
어쩔수 없이 명동 성당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저 쪽에서 잘 차려입은 어떤 년이 앞에 가고 있었다.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옆으로 쓰윽 지나가면서 면도날로 핸드백을
베어서 지갑을 빼 냈다. 원래 면도칼까지는 잘 안쓰는데 이번마저 놓치면
오늘 벌이는 다 한거 같아서 위험부담을 안고 해 버렸다. 그리고 그
댓가인듯 두툼한게 벌써 손맛이 왔다. 이 짓도 하다보면 늘어서 이젠
지갑만 만져봐도 얼만큼 돈이 들었을지 대충 알 수 있다.
지갑을 뺀 다음 전혀 모른체 하고 그 아가씨 뒤쪽의 골목으로 들어가서
지갑을 열어보았다. 역시 ..손맛이 좋더니만. 지갑에는 현금으로만 100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신분증이라고는 달랑 주민등록증
하나밖엔 없었다.
보통 그렇게 차려입고 나다닐 정도면 골드카드 두 세개쯤은 가지고
다니는데. 그리고 지갑 안쪽에 두툼하니 뭔가 들어있는 것 같아서 꺼내보니
몇 십번을 다시 읽은 듯 꼬깃해진 편지가 들어있었다.
이제 내가 다시 언제 정신이 들지 모르겠구나. 자꾸 머리가 아파와서 잠이
들었다가 보면 어느새 며칠이 가 있곤 하더구나.
이번에 잠들면 또 며칠이나 정신을 잃을지 몰라서 잠깐 정신이 들었을때 이
편지를 쓴다.
네가 지금 다니는 회사일은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항상 남한테
공손하고, 자신에게는 겸손해야 한다. 내 비록 힘도 없고 배운 것도 없어서
널 잘 가르치지는 못했지만 내 딸은 착하니까 어디서든 잘 해 낼꺼라고
믿는다. 다시 머리가 아파 오는구나. 이 편지를 네가 읽을때는 이미 난 또
잠에 빠져 있겠지. 그래...그럼 다음에 볼때까지 몸 건강하고, 날이 추우니까
꼭 스웨터 챙겨입어라..
- 널 사랑하는 아빠가 -
뭐야. 이거 뭐야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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