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많은 청춘들이 열광하며 펜으로 또박또박 베껴 썼던 시. 청춘의 달뜬 사랑과 불안한 삶을 한판 굿으로 승화시켜낸 시가 있습니다. 김초혜 시인의 시집 《사랑굿》인데요. 완간된 지 32주년을 맞았습니다. 80년대에 3권으로 처음 선보였던 이 연작시집은 이후 여러 번의 출판과 절판을 거치면서도 결코 잊히는 법 없이, 세월이 갈수록 더 빛나는 작품으로 독자들의 가슴에 새겨지고 있습니다.
사랑을 함으로써 우리는 다시 태어나고, 사랑을 함으로써 죽음에 이르는 것 같은 고통을 맛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랑 속에서 우리는 태어나고 죽습니다. 김초혜 시인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깊고도 영원한 테마인 사랑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어 183편에 이르는 연작시로 사랑의 단층을 그려냅니다. 시인이 가리키는 사랑 그 너머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인생 그 자체입니다. 우리의 삶은 사랑으로 긍정되고 완성되는 것이기에. 사랑의 설렘과 떨림이 물러간 자리에서 남몰래 한숨지을 때, 생에 대해 바닥 모를 아득함이 밀려올 때, 이 한 권의 시집이 우리 엄마 아빠의 손을 다시 붙잡아 일으켜 세워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