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얼핏 지나가며 눈을 마추었던 꽃을 찿으러 그 언덕에 왔다 흰 면사포 빛의 화려했던 싸리꽃은 나를 기다려 주지도 않고
시간의 큰 바람 속으로 자신의 길을 가 버렸다 원망과 아쉬움에 맥이 풀려 주저앉으니 옆에서 패랭이꽃이 너무 늦게 왔다고 말한다
싸리꽃은 나를 기다리다가 마지막 눈을 감지 못한 채 바람에 떠밀려 가 버렸다고
가면서도 아쉬워 수없이 뒤돌아보았다고 고개를 숙이며 파랭이꽃은 말한다 자신도 곧 그렇게 될 것 같다고...
나의 눈에 하늘이 가득 고여 출렁였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무슨 급한 일로 나는 그를 만나는 일 미루었나
손에 닿기만 해도 녹아 버리는 눈처럼 연약한 꽃인줄 알면서도 늘 거기 있다고 생각하던 방심 그대 속의 재가 바람에 다 날려가고 오직 내 마음 속에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