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간혹 물속에서 유리에 긁힌 상처와 같다. 피는 흐르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의 장력을 뚫고 태양의 빛과 공기의 바람과 만난 후에야 송곳 같은 아픔이 솟아오른다. 누가 물밑에서 상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겠는가. 물속의 상처는 너무도 부드럽고 깨끗하여 아무런 통증 없이 살과 섞여 있다. 투명한 유리 조각이 전신의 살을 긋고 가도 상처가 생겼으리라는 느낌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만남이란 그 토록 빛나고 미끄러운 것이기에, 우리의 피를 아무리 앗아가도 투명함이 흐려지지 않을 기억의 바다로 퍼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