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면 어느 들판이나 가득 피어 있는 민들레꽃, 그 평범한 민들레꽃에서 시인은 우주를 향해 힘차게 날갯짓을 하는 작은 새들을 그려내고 하얀 솜틀 이불과 꽃방석을 떠올린다. 하얀 이불을 덮고 잠든 아기 개미는 꽃 꿈을 꾸고 꽃방석에 쉬었다 간 노랑나비는 힘을 얻어 시인의 꿈 밖으로 날아간다.
‘바람이 찍은 발자국’은 동화작가가 쓴 70편의 동시를 사진작가가 하나하나 한 컷의 사진으로 담아낸 동시사진집이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리고 비가 와서 풀잎이 이슬을 머금는 순간, 수줍게 핀 꽃에 나비가 앉아 있는 순간을 포착한 시와 사진에서 자연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듬뿍 배어나는 것 같다.
‘북청에서 온 사자’로 1994년 제1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수상한 동화작가 강원희 씨의 동시는 사진을 닮았고 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초가집이 사라질 때 전국을 돌며 초가집을 사진에 담아낸 황헌만 씨의 사진은 한 편의 영상 동시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시와 사진을 하나하나 음미하다 보면 어느덧 바람소리가 말을 걸어오고 말다툼한 친구가 보고 싶어지며 꿀벌이 되어 꽃밭을 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