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한 어느 가을 아침, 최 사장은 출근을 위해 집 앞에 나왔다. 그날 따라 차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자 차가 골목 안으로 급하게 들어왔다. 늦게 도착한 김 기사는 급히 차에서 내려 사장에게 인사를 하고는 차 문을 열었다.
최 사장은 김 기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김 기사가 뒤에 타시오.˝ 그리고는 운전석으로 향했다. 김 기사는 얼굴이 하얗게 변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오늘 아침에 늦었기 때문에 사장이 화가 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운전석에 앉은 사장이 김 기사에게 잘 포장한 작은 상자를 하나 건네주면서 말했다. ˝김 기사, 항상 수고 많아요. 오늘이 김 기사 귀빠진 날이 아니요? 오늘은 내가 김 기사를 모시리다.˝
우리는 가정에서, 작은 모임에서, 직장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리더가 된다. 나는 과연 어떤 리더인가? 좋은 리더는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살리지만, 그렇지 못한 리더는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조직이 좋은 리더 덕분에 흥해지고 풍성해지는가? 또 얼마나 많은 조직과 사람들이 잘못된 리더 때문에 망하고 속앓이를 하는가?
조직을 망치고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리더들은, 리더의 훈련을 받지 못했거나 잘못된 리더로부터 훈련을 받은, 말하자면 ´준비되지 않은 리더´들이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철저한 준비와 점검,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좋은 리더십을 익힐만한 기회가 별로 없다. 부모, 교사, 군대 상사, 직장 상사, 그리고 정치지도자로부터 배우는 리더십은 대부분 좋지 못한 리더십이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리더가 되려고만 하지, 좋은 리더십을 익힐 생각은 하지 않는다. 좋은 리더는 자신이 인도하는 사람의 인생을 바꿔준다. 누군가의 리더가 되었다는 것은 그 인생의 일부를 맡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 부임한 상사에 의해 인생이 바뀌어졌습니다. 하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처음 느낍니다. 지금 최고의 충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하가 이런 고백을 하게 해야 한다.
좋은 리더십, 사람을 살리는 리더십의 첫째 조건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70%가 감성이라고 한다. 리더십은 테크닉이 아니라 마음이다. 상대방을 향한 충만한 사랑이 리더십의 근원이 된다.
어느 부대에 낙도 출신의 김 이병이 전입해왔다. 고향이 너무 먼 데다 농사 일 때문에 부모는 그에게 면회를 올 수가 없었다. 주말마다 그는 혼자 내무반을 지켜야 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누군가 그를 면회 왔다. 그는 궁금한 마음으로, 그래도 기대를 하는 마음으로 면회실로 달려갔다. 아, 거기엔 자기의 윗사람인 김 중사가 사복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면회 오는 이가 없는 그를 위해, 김 중사가 퇴근 후 옷을 갈아입고 면회를 와준 것이다. 그날 김 중사는 김 이병의 형이 되어 저녁도 사주고 영화 구경도 시켜주었다.
김 이병의 마음을 읽어준 김 중사의 배려가 바로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주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만인을 이끌 수 있지만, 이것을 못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이끌어나갈 수가 없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칭찬과 꾸중이 있다. 리더는 칭찬과 꾸중을 균형 있게 할 줄 알아야 한다. 밤낮 칭찬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언제나 꾸중만 하는 것은 더 문제다. 우리는 칭찬과 꾸중을 잘 하지 못한다. 칭찬에는 인색하고 꾸중은 감정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분풀이 같은 꾸중을 듣고 태도를 바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꾸중은 남이 없을 때 해야 한다. 남 앞에서 하는 꾸중은 절대로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남 앞에서 화풀이하듯 자주 꾸중하는 리더는 사실상 리더십이 없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꾸중은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해줘야 효과가 있다.
그런가 하면 칭찬은 다른 사람이 있을 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더 훌륭한 리더는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칭찬을 한다. 본인이 앞에 있을 때보다 그가 없을 때 칭찬하기가 더 어렵다. 전략적인 칭찬, 의도적인 칭찬이 효과가 적다고 하지만, 어쨌든 칭찬을 받으면 사람의 마음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뛰어난 리더는 꾸짖을 때에도 칭찬을 섞어가며 요령 있게 꾸짖는다. 예를 들면 ´자네 같은 베테랑이 이런 사소한 실에서 실수를 하다니, 어떻게 된 건가? 앞으로 정신 좀 차려야 겠어.˝라는 식이다. 그렇게 하면 부하로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꾸중을 들어도 더 노력해야겠다는 의욕을 갖게 된다.
칭찬도 꾸중도 부하를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부하를 진심으로 꾸짖지 않는 것은 애정이 결핍된 증거다. 칭찬도 꾸중도 하지 않는 리더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한 리더는 부하를 무시하고 있으며, 부하를 성장시킬 생각이 없는 게으른 리더일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