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과 한음이 결혼을 한 뒤 과거준비를 위해 어느 절에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아침, 법당을 관리하는 스님이 오성과 한음이 기거하는 방으로 찾아왔다. “ 두 분 도령, 큰일이 생겼는데 나를 좀 도와주시오.” “ 큰일이라니 무슨 일입니까?”
“ 법당에 모셔두었던 작은 금 불상이 없어졌습니다. 주지 스님이 아시면 크게 꾸지람을 들을 텐데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겠습니까?” 스님은 몹시 불안한 듯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 그것 참, 누가 그 귀한 불상을 가져갔을까? 혹시 짐작 가는 건 없나요?”
“ 어젯밤에 잠든 사이에 누가 가져간 것 같습니다. 법당 안이며 절 안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찾지 못했거든요?” “ 예, 알겠습니다. 한번 연구해 보겠습니다.” “ 저도 다시 한번 찾아볼 테니 꼭 좀 부탁합니다.”
스님이 돌아가고 난 뒤 둘은 방에서 나와 절 주변을 거닐었다. 간밤에 눈이 내려 세상은 온통 은빛으로 덮여 있었다. “ 절 주변에 발자국이나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없는 걸 보면 분명히 절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금 불상을 가져간 것이 분명해,"
한음이 그렇게 말하고 입술을 지그시 다물었다. “ 그렇다면, 스님들이 불상을 훔쳐갔을 리는 없고, 불공을 드리러 온 신자들 중에 누군가가 갖고 간 것 같은데,” 오성의 추측이었다.
" 맞아 그런 것 같긴 한데 함부로 남을 의심할 수는 없는 일이잖은가?" “ 그렇지 더구나 부처님을 모신 절 안에서 보따리들을 조사할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야,”
둘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어제 불공을 드리러 왔던 젊은 부부가 기도를 마쳤으니 내려가겠다며 스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 오성과 한음은 동시에 서로에게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쳤다. “ 자네 생각도 그런가?”
“ 그래, 자네도 그렇게 생각했군,” 두 사람 모두 그 젊은 부부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무엇보다 무슨 급한 일도 없으면서 눈이 녹기도 전에 산에서 내려가겠다는 것이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