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생각의 폭과 깊이를 넓혀 주는 우화집 ‘당나귀는 당나귀답게’(푸른 숲 펴냄)가 터키에서 날아왔다. 아지즈 네신이 쓴 이 책에는 삐뚜름한 세상 풍경을 재치있게 풍자한 우화 14편이 실려 있다.
책 제목과 같은 ‘당나귀는 당나귀답게’는 읽을 땐 ‘큭큭’ 웃음이 나다가도 마지막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느 날, 당나귀 조련사에게 서커스단 단장이 찾아온다. “사람처럼 말을 하는 당나귀를 가질 수 있다면 당신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주겠소.”
밤낮없이 조련시킨 결과 당나귀가 사람처럼 말을 한다. 말하는 당나귀 쇼가 성공을 거두자 온 나라에 말하는 당나귀가 넘쳐난다. 서커스단 단장은 이번엔 당나귀처럼 울음소리를 내는 사람을 무대에 올린다. 말하는 당나귀들은 사람을 태우는 일을 잊어버리고, 당나귀 흉내를 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역할을 잊어버린다….
‘거세된 황소가 우두머리로 뽑힌 사연’도 재미있다. 동물들이 숲 속의 왕을 뽑기 위해 투표를 한다. 사자는 호랑이가 잘되는 꼴을 볼 수 없어 물소를 칭찬한다. 그러자 물소의 라이벌인 하마가 나서 곰을 칭찬한다. 이어 곰의 적인 멧돼지가 나서 당나귀를 칭찬한다. 이후 말이 나서고, 낙타와 기린, 여우와 담비, 늑대와 하이에나, 개와 고양이까지. 결국은 거세된 황소가 동물들의 왕이 된다는 이야기다.
양들을 잡아먹으려는 늑대의 모략에 속은 양떼들이 ‘대양제국’을 세운다는 이야기(‘양들의 제국’) 등등. 나라 간의 갈등과 이해, 인간의 권력욕과 질투심 같은 거창한 주제를 담은 작품이 많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학년쯤 되면 글과 글 사이의 의미를 되씹어보며 읽을 수 있다. 이종균 그림. 푸른 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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