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한 눈을 쉬려면 , 나는 사무실 작은 창문을 통하여 밖을 내다본다. 다행이 내 사무실은 자동차 소리가 시끄러운 큰길 쪽으로 면해 있지 않고 주택가 쪽으로 향해 있어서 조용한 편이다. 따라서 밖의 풍경은 마치 어느 소읍(小邑) 의 모습과도 같이 평화스럽기조차 하다.
창문을 통하여 보이는 것이라고는 크기와 모양새가 고른 살림집들과 작은 교회당 하나, 그리고 드나드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 미용실이 있을 뿐이다. 거기에다 내가 누구를 붙들고 자랑하는 것은 창문에서 마주 보이는 작은 산이다. 그 산에는 제법 넓은 산길이 휘돌아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산에 길이 그렇게 반듯하게 나있다는 것은 옛날에는 사람들이 그 고개를 자주 넘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 고개를 넘어가면 어디에 이르는 것일까. 사람들은 무슨 볼일로 그 고개를 넘었을까. 잡목밖에 없어 보이는 볼품없는 산이지만 , 그래도 잎이 무성한 여름이면 옛날 사람들은 행여 호랑이라도 나올까봐 가슴을 조이지 않았을까. 창문을 통하여 바라다 보이는 그 산은 내게 동화 같은 궁금증을 안겨주곤 한다. 옛날의 추억 속에서가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전래 동화를 연상케하는 풍경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은 나로서는 예상치 못한 기쁨이다.
겨울에 사무실을 얻어 정초부터 일을 시작한 내 작업실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따뜻한 햇빛이 종일 머물다가 가는 남향 방이라는 것이다. 겨울의 햇빛은 은혜로움이다. 햇빛은 추위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조차 너그럽게 해 주는 따스함이다. 이 겨울에 햇빛이 들어오는 사무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나로서는 예기치 못한 행운이다.
내게 이런 행운이 다 마련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면 , 그것은 누구에게로 향하는지 모를 감사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