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담긴 고귀한 가치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모포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런던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이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며 한 말이다.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리처드 아텐보르는 이런 간디의 전기를 읽으며 무저항, 비폭력을 통하여 인도의 독립을 이끌어낸 간디의 생애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는 이 위대한 영혼의 생애를 영화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아텐보르 감독이 39살에 시작한 영화 〈간디〉는 장장 20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완성된다. 그는 그 오랜 제작 기간 동안 자금을 구하고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숱한 역경을 극복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한 순간도 이 영화를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81년 1월 31일 드디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게 되었다. 인도 정부로부터 단 하루의 시간을 허락받은 아텐보르 감독은 약 30만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한 간디의 장례식 장면을 찍었다. 10만 명의 엑스트라는 원래 계약되어 있었던 연기자들이었지만 나머지 20만 명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인도 각지에서 지원자를 모집한 것이었다. 간디의 죽음을 애도하는 군중이 거리를 꽉 메운 이 장면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한 것으로 영화사에 기록을 남겼다.
1983년 리처드 아텐보르 감독의 〈간디〉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의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아텐보르 감독에게는 상의 의미를 뛰어넘는 고귀한 가치, 바로 20년 동안 ‘한 걸음씩’ 자신의 모든 노력을 쏟아 부은 땀의 가치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