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어느 날에 -보 숙-
눈부신 가을볕이 나른하고 나른한 날 나를 안고 뺨을 문지르던 더없이 소소한 바람이
한들한들 흔드는 한낮의 끝자락을 잡고 길섶에 앉습니다 그럴까 그를 사랑한다는 거 그에게 내가 전부란 거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거 그를 영원히 사랑할 거란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라는 거 나는 완전한 사랑을 하는 걸까 마음이 갈 곳을 잃고 허공에 수 없이 던진 질문 공허한 몸짓을 내던지던 단풍잎 하나가 또르르. 한 장의 손수건처럼 젖는 시월의 어느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