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이윤선-
안녕, 잘 살다 간다 한 벌의 옷으로 와서 멋지게 살아낸 붉은 삶
벌레들에게 작은 몸 보시해준 구멍으로 비치는 파란 하늘 그 한 벌의 주머니에 다 넣고 간다 산 능선에다 대고 계곡물에다 대고 거리와 거리에다 대고 세상사에다 대고 손 흔들어주는 풍광 어우러져 잘 살다가 어우러진 어깨춤으로 잘 간다 지금은 작별하기 좋은 날 높아진 하늘은 티 하나 없고 바람이 강력한 스타카토로 지휘하는 시간 마지막 춤을 추기에는 안성맞춤인 날
화려한 무덤도 비석도 필요치 않아라 떨어진 그 곳 어디쯤 뒹굴뒹굴 굴러가도 거기는 평안한 안식처 안녕, 어두운 영혼들아 나의 작별처럼 우리 손 흔들며 이별하는 손끝마다 환해지다 행복하게 잠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