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양봉모-
첫서리 내린 날 마당 어귀를 지키는 감나무에
홍시 몇 개 달려있다. 감잎 떨어진 황량한 나무에는 싸한 바람이 스쳐가고
우리 할매 젖가슴같이쭈글쭈글한 홍시가 아침 햇살을 먹고 있다. 봄에 주렁주렁 꽃피고 여름엔 몸 불리고기어코 가을에는 붉게 타들어 가더니
이젠 까치밥되어 물든 잎사이에
몸 숨기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