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 기간은 여성들에게 임신과 출산 못지않게 중요한 시기이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산후조리를 돕는 남편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편이 해주는 산후조리는 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산모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아울러 초보 아빠로서도 유익한 수련기가 된다.
김진식(31세·서울 강북구 미아동) 씨는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부인 서지희(30세) 씨의 ‘산구완’ 때문이다. 지난 11월 산후조리원에 입원했던 신생아들이 집단 감염 증세를 보여 3명이 숨진 사고에 놀란 김씨 부부는 산후조리원 대신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친가와 처가가 멀리 있는 탓에 출장 산후 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오후 5시 이후나 휴일에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등 사람 손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아서 김씨는 아예 연중 휴가 2주일을 몰아 받아 부인의 산후조리를 돕게 되었다고 한다. 안 하던 일을 하는 것이니 매사에 서툴러서 부인의 입맛에 맞게 도와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김씨. 하지만 남편의 노력에 감사하지 않을 부인이 어디 있을까!
▶산후조리는 부부 공동의 몫이다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임신·출산·육아에 관한 책임을 부부 공동의 몫으로 여기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김씨처럼 부인의 산후조리를 돕는 남편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박금자산부인과 최은아 과장은 “산달이 가까워진 부부들 가운데 산후조리법에 관해 남편이 부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물어오는 경우가 과거보다 꽤 늘었다”고 전한다.
앙쥬 편집부가 지난 12월 앙쥬 독자 2백3명을 대상으로 ‘산후조리시 남편의 참여도’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46명(22%), ‘만족스러웠다’ 55명(27%), ‘보통이다’ 40명(19%), ‘조금 불만족스러웠다’ 32명(15%), ‘불만족스러웠다’ 30명(14%) 등, 만족스럽다(49%)는 대답이 그렇지 못한 경우(29%)보다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제껏 산후조리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또는 산모 혼자서 치러지던 것이 상례였던 점으로 미루어볼 때 괄목할 만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영국의 수상 토니 블레어의 부인인 체리 블레어가 네 번째 출산을 앞두고 남편에게 출산 휴가를 요구하여 온 영국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 프랑스 하원은 ‘아버지 출산법’을 승인, 올 1월부터 출산시 남편이 2주간의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프랑스 정부가 자국민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출산 휴가 대상자인 아버지의 69%가 이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대답했으며, 부인의 76%는 남편의 휴가 사용을 희망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산후조리에 있어서도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 때다. 전문의들은 “임신·출산과 마찬가지로 산후조리 역시 부부가 함께 해야 할 공동 작업으로 생각하라”고 권고한다. 일례로 출산 후 찾아오는 산후우울증은 일차적으로는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지만,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족이나 양육의 어려움, 남편의 도움 부족 등이 겹쳤을 때 발병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회사일로 바쁜 남편들에게 친정어머니가 해주는 것과 같은 산후조리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남편이 부인을 돕겠다는 마음은 산후 예민해진 아내에게 ‘약방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한다. 게다가 초보 아빠에게 산후 조리 기간은 잘만 하면 ‘초보’라는 수식어를 뗄 수 있는 유익한 수련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