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도 안하고
인터넷을 아주 자주 할 수 있는것도 아니라서
톡이 된다는게 도대체 어떤건지 모르는 1인이랍니다-_-;
링크 거는것 따위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아씨 컴맹이야-_-)
애낳고 몸뿐 아니라 머리도 노쇠해지나봐요 ㅠㅠ
재밌다고 해주신 분들 감사해요ㅠㅠ
사실 제 미천한 글솜씨로는
딸의 하늘에서 내려준 개그본능을 다 표현할 수가 없는게 아쉬울 뿐이랍니다. ㅋㅋㅋㅋ
오늘은 우리섬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요.
그럼 두번째 이야기...갑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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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섬나라에 살고 있다는 얘기는 주구장창 해왔으니 알고 있겠지 다들.
열대 지방이라서 나무가 막 아무데나 자람.
이렇듯이 섬의 반쯤은 정글이고
나무가 사람보다 많으니 당연히 벌레도 많음.
여기 사는 혐오생물(내 기준엔 혐오임...;;)들은 다 자이언트 사이즈임.
바퀴벌레는 기본 내 엄지손가락 하나 반만한 사이즈에
토끼만한 쥐들은 개 앞에서도 쫄지 않고 덤비며
손바닥만한 거미는 크다고 말하기도 입부끄러울 정도임.
여기에선 도마뱀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중 하나인데
가끔은 도마뱀이 지보다 큰 벌레 보고 도망치기도 함-_-;;;;;;;;;;
아 또 서론이 너무 길었음.
여하튼 여기선 벌레와 함께 공존해야 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내가 귀신보다 바퀴벌레를 더 무서워 한다는 거임 ㅠㅠ
도대체 신은 왜 이 세상에 도움이라곤 눈꼽만큼도 안되는
바퀴벌레따위의 생물을 만드셨는지 이해할 수가 없음
한번은 내가 주방에 침입한 자이언트 바퀴벌레 한마리를 발견했음.
"꽤애애애애애애애액!!!!!!!!!!"
남편은 이제는 내가 소리만 질러도 손에 쓰레빠 한짝을 들고 옴-_-;;
예전에 한번 죽은 바퀴벌레를 가지고 내 머리위에 던진다면서
나를 놀린 적이 있었는데
내가 눈물콧물 다 흘리면서
정말 진심으로 칼들고 죽인다고 위협한 이후로는-_-
내가 소리지르면 바로 달려와서 잡아줌..
니가 빠른지 내가 빠른지 한번 해보자는 남편과 바퀴벌레와의 사투 끝에
약을 뿌리자 더 미친듯이 주방바닥을 기어다니던 바퀴벌레를
쓰레빠 신은 발로 콰직 소리가 나도록 밟은 후
잔인하게 짓이겨진 시체를 화장실 변기에 던진 후 물을 내리기 까지...
그 치열한 상황 한가운데에 우리 딸이 있었다는 걸
그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음.
상황이 종결된 후에
뭔지도 모르면서 겁에 질려있던 우리 딸이 물었음
"와찌댓???????" (이때는 what was that?의 의미였음)
나는 분명
"응, 베이비. papa killed the cockroach."
카크로취를 죽였다고 얘기했는데
"킥 까끄로취?"
죽이는게 뭔지 아직 모르는 우리 딸은
발로 찬 거라 생각한 모양임 -_-;;
뭐 좋은게 좋은거라고.
나는 그래그래. 킥 까끄로취다....하면서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음.
그 이후로 울 딸내미는
자기가 무서워 하는것들 (도마뱀. 거미. 아랫집 꼬마놈-_-)만 보면
킥- 킥- 하면서 발로 차는 시늉을 하길래
그것도 그러려니 했음.
사실은 우리 딸도 바퀴벌레를 무서워했음.
시꺼먼게 빛보다 빠른 속도로 스스스스슥- 소리까지 내며 기어다니니
무서운게 당.연.한.거.임.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시키고 있음)
바퀴벌레만 보면
"엄마!!!!! 까끄로취~!!!!!!!! 스께-뤼!!!!!!!!!"
(우리딸 발음을 최대한 따라쓴거임...-_-;;)
하면서 나한테도 달려와 안겨 바둥대곤 했었음.
그런데
그 사건 이후 일주일에 두번 꼴로
자꾸만 화장실 변기통 안에 바퀴벌레가 들어있는게 아니겠음???????!!!
한번은 변기 안에서 둥둥 떠다니는 4마리의 바퀴벌레 시체를 보고
마려웠던 쉬야가 쏙- 들어가버린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체험도 하게 됨.
난 정말 상상도 못했음.
그 광경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아주 해가 쨍쨍한 오후였음.
우리 아파트는 기역자로 생겼고
각각 집집이 붙어있는 2층짜리임.
문을 열면 발코니가 있는데
거실 쇼파에 앉아있던 나는 창밖으로
복도에 쪼그려 앉아있는 우리 딸이
뭔가 열심히 지켜보고 있는 뒷모습을 목격했음.
나는 또 누가 먹다 흘린 막대사탕에 꼬여있는 개미들이겠거니...
(왜인지 모르지만 우리 딸은 그런걸 보면서 희열을 느낌-_-;;;;; 적어도 만지지는 않음)
하면서 가만히 딸내미를 바라보고 있었음.
벌떡 일어서던 딸내미는
내가 볼 수 없는 뭔가에 열심히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음.
엉거주춤 서서 킥- 킥- 하고 외치면서
짧은 다리를 용쓰면서 차올리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입을 가리고 큭큭큭- 거리며 웃고 있었음 -_-;; (나 엄마 맞음?)
근데 우리 딸이 다시 쭈그려 앉더니 뭔가를 주섬주섬 집기 시작했음.
벌떡 일어난 딸내미는 그 정체모를 뭔가를 손에 꼭 쥐고서는
집으로 쪼로록- 뛰어들어왔음.
뭔가 찜찜한 기분이 스물스물 올라옴.
애키우는거 2년째, 기저귀 뒷태만 봐도 똥인지 오줌인이 알아채는게 엄마인 법.
"베이비? 뭐해??"
딸아이는 아주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껌뻑였음.
잘못한 건 아닌데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을 때 짓는 표정임.
" 이리와봐. 너 손에 그거 또 지지지? 이리 내."
가끔 밖에서 담배꽁초나 자갈 등을 줏어서
옷장이나 장난감 상자에 숨겨놓는 녀석이라-_-;;
뺏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리고.....
내가 내민 손에
반항도 안하고 너무나도 순순히 아이가 건네준건.......
신발
신발
신발!!!!!!!!!
예상하시다 시피 죽은지 하루쯤 된 것 같은
까.끄.로.취였음!!!!!!!!!!!!!!!!!!!!!!
오마이갓
지져스크라이스트ㅠㅠ
"엄마으아아아아앙아아아러아너라넝라ㅓ뱌ㅗㅎ겨호뱌ㅗㅑ놓ㄻ!!!!!!!!!!!!!!!!!!!!!!!!!!!!!"
내가 너무 놀라 알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전신경끼를 일으켰고
손에 올려져 있는 죽은 바퀴벌레님도 함께 어디론가 날아가더니
거실바닥에 착지하셨음.
내 손 위에 바퀴벌레가 올려져 있다는 충격도,
딸내미가 (죽은거라도) 바퀴벌레를 맨손으로 쥐고 있었다는 쇼크도 가시기 전이었음...
우리 딸은 너무 해맑은 얼굴로 떨어진 바퀴벌레를 다시 집어들더니
쪼르르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함.
나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공포를 떨쳐내려 애쓰며
벌떡 일어나 화장실 문 앞에서 아이를 덥썩 붙잡았음.
"케이!!!!!!!!!!!!!!!!!!!!!! what the hell are you doing!!!!!!!!"
너무 흥분상태여서
정말 저렇게 소리를 질렀음. (아가 미안ㅠㅠ)
그게 얼마냐 더러운 건지 아냐
왜 그걸 손으로 만지냐 등등
일장연설을 쏟아내고 있었음.
근데 버리라고 버리라고 해도
죽어도 그 죽은 바퀴벌레를 손에서 놓을 생각을 안하는거임.
내가 뺏으려고 하니깐 손을 싹- 뒤로 감추는 거임.
너무너무 화가나서 아이한테 물었음.
"너 진짜 맴매맞구 시퍼???"
"(절레절레)"
"그럼 이리 줘."
"........"
"말 안듣지?!"
맴매가 무서워서 바짝 쫄대로 쫀 우리 딸은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얼굴로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아주 모기만한 소리로 뭐라뭐라 뻐끔댔음.
"....취..........................위밈."
뭐라는거야-_-?
내가 왓?? 하면서 되묻자
우리 딸, 왕-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했던 말은...
"까끄로취..............스위밈!!"
-_-;;
우리 딸은 변기통 속에 바퀴벌레가 수영을 한다고 생각했던거임...;;;;
불행하게도 우리 집 변기통 물내리는 레버가 쵸큼 빡빡해서
여지껏 자기가 물을 내리지는 못했던 거였고.......
결국 나는 서럽게 우는 딸을 달래기 위해
딸의 맨손으로
바퀴벌레를 수영장에 던져주는 눈물겨운 장면을 두눈으로 목격해야만 했음.
그리고 보게 되었음.
바퀴벌레가 물에 떠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딸의 눈빛을...
그 음흐흐한 미소를.........=_=
또 다른 이상한거에 희열을 느낀다는걸 알게된 날이었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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