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 무렵 아버지 손을 잡고 바닷가에서 동갑내기 사촌과 함께 이 사진을 찍었던 일이 제게는 가장 오래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흔적도 없어진 마산의 옛 화력발전소 앞에서 사진을 찍었죠.
사진 속의 아버지 모습은 너무나 젊고 미남이신데 2년전 돌아가실 무렵엔 깊은 주름과 오랜 세월 기름으로 그을린 손이 그동안의 고생을 이야기해주는 듯하여 가슴이 아팠습니다.
부둣가에 있는 한국철강에서 일하실 때 형의 손을 잡고 도시락을 갖다 드리던 일, 어느 따뜻한 겨울날 휴일 마당에 앉아 돋보기로 나무와 종이를 태우며 저와 놀아주셨던 기억, 명절이면 아버지 손을 잡고 산소에 갔던 기억,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형과 아버지 마중을 나갔던 일도 소중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시절 공장에서 일하시다 사고를 당해 피투성이로 병원에 실려 가셨던 일이 두세 번 있었죠.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동네 앞으로 앰뷸런스와 소방차가 요란한 경광등을 울리며 지나가면 어머니는 안절부절 못하시며 저녁 짓던 일을 팽개치고 공장으로 달려가시곤 했습니다. 검게 그을린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맘을 놓으시곤 하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세월과 함께 아버지께서 늙어가신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제가 아버지의 위치가 되고 나니 아버지는 너무나 연로해 계셨고 큰 병까지 얻으셨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일찍 나섰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아버지께 신경을 썼더라면 그렇게 떠나보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지금도 저를 괴롭히곤 합니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나가시며 어머니를 위해,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시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제 저는 장성하여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지만, 그래도 저는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이창우(39·마산시 월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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