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서 고둥 까먹으며 더위 잊어
#사진1#
오랜만에 딸애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가족이라고 해도 각자가 나름대로의 일정에 쫓겨 바쁘다보니 얼굴도 제대로 못 보는 때가 많은데, 오래 전에 찍은 사진들을 앞에 놓고 옛 생각을 더듬다보니 더운 기운도 잊게 되네요.
1985년, 그 해 여름도 올 여름 못지 않게 더웠어요. 집도 2층이라 하늘과 조금 더 가깝다보니 집안에 가만있어도 훅훅 일어나는 더운 공기에 숨이 턱 막혔죠. 지금처럼 열대야로 잠 못 이룬 적도 많았어요.
이렇게 유난히 더운 여름을 나고 있다 보니, 그 여름은 또 어떻게 보냈을까, 참 신기합니다. 그래도 그 땐 우리 가족이 여름을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이 있었답니다. 평상을 만든 거예요. 해가 질 무렵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평상에 나와 열기를 식히는 거죠. 그러면 선풍기 없이도 열대야를 잊고 잠을 잘 수 있었지요.
이 사진도 어느 여름 날 저녁, 평상에 나와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찍은 겁니다. 앞에는 큰딸, 뒤에는 작은 딸, 그리고 딸 옆에 있는 사람이 저랍니다. 저희 식구, 뭘 하고 있는 건지 보이세요?
그 여름, 더위를 잊는 방법이 또 하나 있었더랍니다. 그건 바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시원한 바닷가로 나가는 거지요. 밥도 싸고 간식거리도 싸서 바닷가로 가죠. 종일 물에 발 담그고 참방거리면서 고둥이며 게를 잡다보면 시간도 훌쩍 가고 더위도 한 걸음 물러난답니다.
사진을 찍던 날 낮에도 가포 바닷가에 갔었지요. 지금 아이들이 먹고 있는 게 바로 그 날 낮에 잡은 고둥이에요. 양은 냄비에 한가득 넣고 삶아 작은 바늘로 살살 꺼내어 먹죠. 하나하나 고 작은 것 꺼내 먹는 재미에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른답니다.
그 때 4살이었던 큰 아이는 바늘로 콕 집어 끄집어내면 또로로 말린 채 올라오는 고둥에 재미를 붙여서 자기가 해보겠다고 바늘 하나 들고 앉았네요.
작은 애는 아직 제가 먹여주어야 할 2살이랍니다. 애들 입에 뭐 그리 맛있었겠어요. 파삭파삭 과자도 많고 아이스크림도 많을 땐데. 그래도 어찌나 잘 먹던지.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어요. 엄마니까 흐뭇하죠. 그러고 보니 작은 애가 퍽 남자애같이 보이네요. 어릴 때 일부러 그렇게 키웠거든요.
남자애처럼 머리도 짧게 깎이고 옷도 남자애들처럼 입히고. 그런데 지금은 아주 예쁘게 자랐답니다. 딸들이 예쁘게 커줘서 참 고맙네요. 40년만의 더위라고 하네요, 올 여름. 이번에도 해가 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당에서, 옥상에서, 근처 놀이터나 공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위를 잊어볼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