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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L 최후의 미사일 1.2차 피격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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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3년 269명의 희생자를 낸 대한항공(KAL) 피격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1983년 대한항공(KAL) 007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던 옛 소련 공군 조종사 겐나디 오시포비치(59·당시 중령)는 사건 발생 20년을 맞아 지난 9월 1일 기자와 만났을 때 이같이 얘기했다.
피격사건은 아직도 사건의 실체가 베일에 가려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왜 소련이 미사일을 발사해서 민간 여객기를 격추했는지가 의문의 핵심이며,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던 당사자도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의 육성을 듣고 정리하는 인터뷰 과정도 힘들었지만, 여러모로 보람도 많았다. 피격과정에서 최종 명령은 모스크바에서, 대한항공이 꼬리날개에 부착된 로고 등을 켜지 않았다고 증언하는 등 사건 관련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시 피격 상황을 본인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한 것은 훌륭한 취재 자료로 남았다. 이를 취재 수첩 속에 넣어두고 공개하지 않기는 너무 안타까웠고, 이에 chosun.com을 통해 공개하게 됐다. 조종사 오시포비치가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사건 순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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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이 전투기 KAL기 유도 착륙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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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수호이 전투기 KAL기 유도 착륙 순간.
-기자:착륙 지시를 받고 어떤 행동에 나섰나요. (당시 상황은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령 캄차카 반도 상공에 나타나 소련 수호이 전투기의 추적을 받으며 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수를 사할린 상공으로 틀어 가고 있었던 순간. 소련 당국은 여객기에 강제 착륙명령을 하달했다.)
=오시포비치: “비행기가 캄차카 상공에서 사할린 반도 상공 향해 계속 접근해오자 ‘비행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받았지요. 소련 영공을 침범했기 때문에 상대 비행기를 격추시키라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돌연, 관제소에서 명령 취소 지시가 내려졌어요. 그리고는 비행기를 지상에 착륙시키라는 명령을 하달받았지요. 아마도 지금 생각하면 소련 군부도 비행기가 여객기였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림에서 위쪽 큰 비행기가 kAL 007기고, 아랫쪽 작은 비행기는 수호기 전투기 입니다. 내가 강제 착륙을 위해 유도 비행을 시도하는 순간입니다. 여객기와 같은 고도로 날아가 불빛으로 신호를 보냈지요. 날개쪽에 달린 경고등을 깜박거리며 수차례 신호를 보냈습니다. 국제 신호 규정에 따른 것이지요. 하지만 비행기에서는 아무 응답이 없었지요. 비행기 오른쪽은 녹색등이 왼쪽에는 빨간색등을 깜빡였습니다. ‘질’이라고 쓰인 것은 러시아어로 질룐느이,녹색이라는 뜻이고 ‘크’는 크라스느이 빨간색을 의미).
지상 관제소에서는 소형 조명탄 미사일을 발사해보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타원형의 줄은 비행기가 여객기 격추를 위해 선회하는 장면입니다.”
▶그림2: KAL기에 발사한 조명탄두
-조명탄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그림에서 그린 이 모습입니다. 비행기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조명탄으로 경고 사격하라는 명령이 하달됐습니다. 그래서 4차례 발사했지요. 연발형식의 조명탄 미사일을 4차례 발사했습니다. 아마도 조명탄을 4차례 발사했으니, 250여발이 산탄이 발사됐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조명탄두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발사 당시 불꽃이 일기때문에 밤과 새벽사이의 시간에 식별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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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여객기 항로와 KAL기 이탈 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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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정상 여객기 항로와 KAL기 이탈 항로
-재차 격추 명령을 받은 때는 언제였습니까?
“공중에서 KAL 007기를 계속 추적하는 과정이었고 어느 새 사할린 항구도시 네벨스크시 상공에까지 이르렀지요. 이 순간이었습니다. 사할린 해상이 아니라 네벨스크 상공이었지요. 관제소로부터 두번째로 ‘격추하라’는 명령이 하달됐습니다. 그 순간, 전투기 속도를 바짝 내 비행기 앞으로 타원을 그리면서 회전한 뒤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 그림의 오른쪽 항로가 정상적인 여객기 항로표시이고, 당시 여객기는 정상항로에서 600㎞떨어진 소련 영공에서 비행하고 있었지요. 그림 안쪽 직선으로 표시된 게 여객기가 비행한 루트입니다. 위쪽이 캄차카이고 아래 섬이 사할린 섬입니다. 오른쪽 보이는 섬들은 쿠릴열도이구요.”
▶그림4: KAL피격 순간
-그 다음에는 어떤 행동에 나섰나요?
“처음에는 열유도 미사일을 발사, 날개쪽에 달린 엔진쪽에 명중시켰고, 두번째는 방사능 미사일을 발사, 꼬리부분에 명중시켰지요. 처음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후폭풍과 같은 폭발음과 섬광때문에 눈을 감았고, 약 0.5초의 순간이었습니다. 눈깜작할 새였지요, 첫 미사일 발사 직후 폭발 여부를 감지하지 못했고, 2차 미사일을 발사한 뒤 미사일이 비행기에 명중하는 모습을 보았고,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을 본 뒤 비행기지가 있는 ‘소콜기지’ 기수를 틀었지요. 그리고는 ‘목표물 격추, 임무 완수’라고 교신을 지상관제소에 보냈지요.
그림은 사할린 상공에서 1차 미사일이 엔진에 명중하는 그림이고 2차 미사일이 꼬리날개에 명중하는 장면입니다. 사할린 섬 아래 검은 표시는 여객기 격추 지점이고 위쪽 화살표 표시가 된 곳은 비행기지입니다.”
▶그림5: 로고등 표시·점등 여부
-당시 격추시킨 비행기에 대한항공이라는 한글이나 한자, KAL이라고 쓰인 영문자를 보지는 않았는지요. 또 KAL기는 꼬리 부분에 스팟 라이트(로고등)을 켜고 다녔는데, 꼬리 부분에 등이 켜져 있지는 않았었습니까?
“본적이 없습니다. 점멸등 외 어떠한 등도 켜고 있지 않았지요. 아무런 문자나 글자 그리고 대한항공 마크 등 어느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림에서처럼 창문이 이중으로 보였고, 꼬리부분에는 어떤 식별 표시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