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 20대 딸을 둔 50대 어머니가 딸의 술 문제로 상담을 요청했다. 딸이 청소년기부터 마셔온 술을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딸은 대학 입학 후 많은 친구들, 선배들과 어울리면서부터 주량이 점점 늘었고 맥주는 물론 소주와 같은 독한 술들을 즐겨마셨다.
일주일에 3~4번은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집에서는 가족 몰래 술을 마시기도 했으며 가끔은 필름이 끊겨 집을 찾지 못하고 길가에 쓰러져 자기도 했다. 습관적으로 술을 찾고 한번 마시면 멈추질 못해 결국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을 못자는 딸의 음주문제로 인해 가족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더 이상 걱정이 돼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여성음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전에 비해 개방적인 분위기로 변하면서 최근 들어 여성 음주자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류회사들은 여성층을 겨냥한 낮은 알코올 도수와 과일맛이 나는 술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젊은 여성들의 음주를 부추기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코올 중독의 위험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성에게 있어 알코올 중독의 가장 큰 위험은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술이 취해 제대로 자신의 몸조차 가누지 못한 가운데 필름까지 끊기게 되면 이로 인해 발생되는 2차 범죄에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각인해야 한다.
▲여성 고위험 음주율 급증, 그중 20대 여성의 증가 폭 가장 커
최근 여성 톱스타들을 광고모델로 앞세운 목넘김이 편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 출시되면서 술자리가 편해진 여성들은 평소 자신의 주량보다 많은 술을 쉽게 마시게 되었고 술을 잘 못하는 여성들까지 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게 되었다.
특히 주류광고에서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 톱스타들이 술을 권하는 모습들 덕분에 술 마시는 여성이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이는 여성음주에 대해 관대해지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즉, 여성들이 손쉽게 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적 요건이 조성이 된 것이다.
술자리는 이제 더 이상 남자들만의 자리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인 음주는 허용적이며, 점차 여성들이 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서 젊은 여성들의 고위험 음주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시민 건강' 성인 통계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20대 여성의 음주율은 64.8%로 2008년 55.2%와 비교해 9.6%포인트 급증했다. 이 기간 남, 여 모든 연령층에서 월간 음주율(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자 비율)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20대 여성 음주율이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2013년 여성의 경우 고위험 음주율은 20대가 9.7%로 가장 높다. 20대 여성 음주자 10명 중 1명은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소주 5잔 이상의 폭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의 기회가 많다는 것은 음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음주로 인한 피해는 타인과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 술로 인해 이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기억을 못하는 행동은 술을 먹기 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음주 후에 일어난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음주 폐해 예방을 위한 음주감소 전략 연구'에 따르면 2005년 3.4%에 불과하던 여성 고위험 음주율이 올해 6.0%로 높아졌다. 2001년 20대 여성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은 4.8%였지만 2011년에는 5.7%까지 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여성 고위험 음주자는 1회 여성 40g 이상의 순수 알코올을 섭취하고,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이 해당한다. 이는 1회 평균 음주량이 소주 기준 여성은 5잔 이상을 마시는 정도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은 "젊은 층의 경우 알코올 중독을 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을 나타낸다"며 "술을 권하는 사회분위기와 '술 잘 먹는 것도 능력'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술은 처음엔 작고 소소한 동기에서 출발하지만 나중에는 그러한 음주동기를 조절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가게 만든다. 음주를 하고 난 다음날 부끄러움과 후회를 느끼지만 곧 저녁이 되면 마셔도 된다는 여러 가지 합리성이 느껴지고 다시 음주할 마음을 갖는다.
이런 행동이 점차 반복되면 나중에는 합리화를 시키지 않아도 술 마시는 것이 자연스럽고 안 마실 이유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중독의 핵심 증상은 조절 불가능한 음주 습관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알코올 의존증의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특히 술을 즐기는 20대 여성들은 아직은 젊기 때문에 "내가 무슨 알코올중독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알코올 의존증은 진행성 질병이라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한다.
▲ 여성의 경우 초기치료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해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처음 입원한 여성 환자들을 상담해보면 술을 자주 마시는 것 자체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며 "주변에 워낙 많은 여성들이 술을 먹기 때문에 치료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술자리에서 술을 많이 먹다보니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왜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는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금단현상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마실 수 있고, 심리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서 지속적으로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진단을 받고 술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여성의 경우 초기치료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가족 내의 문제해결과 역할이 치료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술취한 하이힐을 신고 무너지는 여성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알코올 중독이 병이라는 인식을 갖고 가족들의 도움과 전문가의 도움으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