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아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 쓸 수 있을 만큼은 있어야 한다. 꼭 필요한 순간을 위해 지금 이렇게 돈을 벌고 있지 않는가. 요즘 사회 전반적으로 재테크 열풍이 부는 것도 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테크 열풍과 맞물려 등장한 재무 설계. 조금 생소한 단어일 수 있지만 재무 설계(Financial Planning)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될 필연적인 재무 목표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희망하는 여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해서 체계적으로 실행하게 해주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재테크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취하는 투자의 개념이라면 재무 설계는 가정 혹은 개인의 인생 전반을 계획함으로써 재무적으로 안정화시킨다는 개념이다.
재무 설계는 누가, 왜 받아야 하나
사람들은 흔히 재무 설계는 부자들에게나 필요한 것이고, 부자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부자들도 재무 설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재무 설계는 오히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욱 절실하다. 특히 20~30대 젊은 부부들에게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토네이도가 불었을 때 처음부터 기초를 튼튼히 한 집은 그렇지 않은 집에 비해 피해 규모가 현격히 줄어든다고 한다. 사람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의 초반 단계에 있는 젊은 부부들에게 재무 설계는 기초를 튼튼히 하고 안정되게 만들어주는 버팀목과 같은 것이다.
경험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혼자서 재무 설계를 하기란 쉽지 않다. 재무 설계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20~30대 부부들은 앞으로 발생할 위험에 대한 경험이 없으므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대비한다는 것이다. 재무 설계 전문가는 젊은 부부들이 막연하게 알고 있는 부분들(자녀 교육비, 노후 자금, 부채 관리, 투자, 세금, 보험 등)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진단과 함께 합리적인 재무 설계를 해준다.
두 번째는 우리가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인터넷과 각종 매체가 발달하면서 수많은 정보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재무 설계에 관한 정보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전문가의 정확한 정보는 큰 도움이 된다.
재무 설계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은가
일반적으로 20대에 사회에 진출한다고 계획할 때 30~35년간 경제활동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향후 30~40년 동안을 생활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략적 통계이긴 하지만 저축 가능한 기간인 30~35년 중에서 몇 년을 허비한다면 노후에 허덕이며 살 수밖에 없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도 늘어나고 소비 지출 규모도 커지는 것에 비해 유독 변하지 않는 것은 정년이다. 정해진 정년 앞에서 저축 기간을 늘리는 방법은 시작을 서두르는 것뿐이다.
60세부터 90세까지 30년 동안 현재 가치로 월 1백50만원의 노후 자금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그 노후 자금을 준비하려면 30세인 사람은 매월 49만원씩 증액 저축하면 되지만 43세인 사람은 1백26만원을 증액 저축해야 한다(투자 수익률 10% 가정).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부터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결혼과 동시에 재무 설계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부의 수입과 지출을 통합하는 결혼 초기에 전반적인 재무 설계의 틀을 잡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또 재무 설계는 자녀가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녀는 부부의 삶의 활력소이자 희망이지만 양육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허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는 경제적으로 그나마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안일하게 생각하다간 큰코다친다. 나중에 큰돈이 필요한 시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 한편, 현명한 부모는 재무 설계를 통해 자녀의 미래까지도 계획한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대학 교육 자금, 유학 자금, 결혼 자금 등을 준비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 설계의 핵심은 복리의 힘
복리와 단리의 차이는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 효과를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래의 그래프다. 복리는 무조건 가입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유지가 더 중요하다. 즉, 기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복리는 15년 전후가 돼야 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돈을 써야 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으므로 복리 기간을 늘리려면 빨리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일 60세를 노후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정했다고 하자. 현재 20세인 사람은 복리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40년이지만, 50세인 사람은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아래 표와 같이 10% 복리 수익률로 10만원씩 40년을 불입하면 원금은 4천8백만원이지만 40년 후에는 6억3천7백만원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똑같은 복리 수익률로 10년을 저축한다면 원금 1천2백만원에 이자까지 2천66만원이 된다. 이처럼 기간이 짧으면 복리의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복리는 시간에 투자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젊은 시절 대출을 받아 큰 집을 산 후 여유롭게 살던 어느 부부가 40대에 들어 사업에 차질이 생기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월세 생활을 하는 경우를 본 일이 있다. 만일 이 부부가 젊은 시절 재무 설계를 했다면 미래가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 우리 가족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분석해서 멋진 미래를 준비하는 재무 설계가 가족의 가장 큰 희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