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 내리자 소금기 어린 짭쪼름한 바다 내음이 났다. (난 후각에 민감한 편인데 중학교 시절, 수많은 별명 중에 하나가 ‘개코형사’였다.)
코를 킁킁거리며 해망굴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해망굴을 찾아 걸어왔는데 해망굴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 하고 생각하는데 왠 터널이 하나 보였다. 설마...에이 설마........했는데 설마 그것은 해망굴이었다. 이럴수가....저건 그저 단순한 터널같은데...?
처음 내머릿속 '해망굴' 은 강원도 고씨 동굴과 같은 ‘자연 동굴’이었다. 종유석이나 석주들이 주렁주렁 있는 동굴. 그러나 내 눈 앞에 해망굴이라고 서있는 굴은 단순한 ‘터널’이었다. 그것도 아주 명백한 터.널이었다. 길이도 30m 남짓, 터널이라고 해도 굉장히 짧은 길이가 아닌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검소하고 왜소한 해망굴의 외관에 적잖이 실망했다. 그러나 그래도 첫 여행지의, 첫 명소가 아닌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면 어때! 메고 있던 사진기가 “사진 안 찍을 거야?”라며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삼각대를 세워서 타이머를 맞춰놓고 해망굴 앞에서 찍었는데 한 장 더 찍기 위해 셔터를 누르러 갔다. 그런데 뒤 쪽에 해망굴을 찍는 또 다른 여성분을 발견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삼각대보다 사람이 찍어주는 사진이 더 정감있을 것 같았다. 그 분께 다가가서 사진 한 장 찍어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리자 흔쾌이 수락하셨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도 찍어줄 수 있냐며 카메라를 내미셨다. 나 역시 흔쾌이 사진을 찍어드렸다. 사진기를 건내드리고 겉보기엔 너무나 터널스러운 해망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어째서 ‘굴’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고 있는 것일까 의아해 하면서... 짧은 길이의 해망굴에서 나오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 혹시 월명공원도 가시나요? ”
뒤를 돌아보니 아까 굴 입구에서 사진을 찍어주셨던 여자 분이었다. 시간과 여유 많은 여행자인 나로서는 질문이 제안이 되는 셈이다.
“군산에 여행 왔는데 거기도 가보고 싶어요 !”
“잘됐네요. 그럼 같이 가요.”
말을 마친 그 분은 싱긋 웃으셨는데 덩달아 나도 미소를 짓게 하는 웃음이었다. 이름을 여쭤보니 수경이라고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