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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명민씨 - 트여있는 구조로 설계하고 세 명이 들어갈 욕조 설치, 온 가족 함께 쉬는 공간 마련
방송인 현영씨 - 깔끔하고 쉴 수 있는 공간, 보라색 톤으로 안정감있게… 거실에 꽃 놓는 곳 따로 마련
"가족 세 명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욕조를 만들어 주세요."
배우 김명민씨가 집 내부를 바꾸면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에게 당부한 말이다. 최고급으로 꾸민 내부 장식에 값비싼 가구, 크리스털이 박힌 수도꼭지와 금박을 두른 욕조…. 톱스타들이 사는 집이라면 으레 이런 것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많은 연예인의 집 내부는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았다.
◆'사람냄새'나는 집이 우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집을 새롭게 꾸민 김명민씨는 가족이 쉴 수 있는 집을 원했다. 안방에 딸린 욕실에는 가족 3명이 모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욕조를 넣었다. 가족이 함께 지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주방 옆 방 1개와 욕실 1개를 아예 없앴다. 안방과 작업실, 그리고 자녀방만 남겼다. 이 외에는 집 대부분이 트여 있어 가족이 쉽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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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김명민씨가 최근 새롭게 꾸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의 거실 모습. 꼭 필요한 곳만 남겨두고 대부분의 공간은 가족이 함께 쓸 수 있게 만들었다. / 홈디자인스토리(중앙m&b) 제공
이 집을 꾸민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조희선씨는 "보통의 경우 집 안을 꾸미는 데 한 달쯤 걸리는데, 김명민씨는 석 달쯤 걸렸다"며 "가족과 함께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굉장히 꼼꼼하게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신혼집을 마련한 배우 설경구· 송윤아 부부는 최근 아기 방을 새로 꾸몄다. 그렇다고 방을 모두 뜯어내고 공사하는 소란은 피우지 않았다. 아기 성별에 맞춰 푸른색이나 분홍색으로 도배하지도 않았다.
송윤아씨는 원래 있던 벽지와 바닥재도 그대로 두길 원했다. 대신 여러 가지 색깔로 알록달록하게 디자인된 벽지로 방에 포인트를 줬다. "돈은 많이 쓰지 않고 실용적으로 꾸미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가구도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서 초등학생 때까지 오래 쓸 수 있는 것들로만 사들였다.
설경구·송윤아 부부는 신혼집에 이사 올 때도 가구를 새로 사지 않고 이전에 각자 쓰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쯤 되면 보통 한국 엄마보다도 욕심을 덜 부린 셈이다. 조씨는 "송윤아씨는 아이방도, 신혼집도 최대한 실용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가정이 있는 연예인들은 오히려 사람냄새가 나는 공간을 원한다"고 말했다.
가수 신해철씨는 아이 교육을 위해 최근 한남동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자식 교육 때문에 수도권에서 서울로 옮기는 '상식'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그는 마음에 드는 대안학교가 새집 근처에 있어 이사를 결정했다.
집 내부도 오로지 각각 3살, 5살인 두 아이를 위한 공간으로 고칠 예정이다. 방 3개 중 2개는 모두 아이들 공간이다. 그는 "내 작업실은 책상 하나만 있을 정도면 된다"며 "모든 공간을 아이들한테 주고 싶다"고 했다.
◆여자 연예인, 큰 거울과 쉬는 공간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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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도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 방송인 현영, 박소현씨 등의 집을 꾸민 신나영 스타일리스트는 "대부분의 여자 연예인들은 단순하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인테리어를 원한다"고 말했다. 특정 색깔보다 주로 흑백을 대비시킨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영화 '이끼'에 출연한 배우 유선씨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자택을 베이지 색조로 통일했다. 벽에 거는 액자는 흑백사진 위주로 꾸몄고 가구나 장식품 모두 저렴하면서도 감각적인 것을 택했다. 작업실의 블라인드와 책꽂이도 모두 인터넷 쇼핑몰에서 샀다. 오래 쓰지 않을 물건은 싸게 사서 마음껏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영씨는 집 내부 벽을 어두운 보라색 색조로 통일해 안정감을 주고 곳곳에 간접조명을 달아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침대방 조명 스위치는 침대 바로 옆에 설치했고 거실에는 꽃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여배우의 집에 빠지지 않는 것은 큰 거울이다. 신나영 스타일리스트는 "여배우의 집에는 일반 집보다 크고, 많은 거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전신 거울뿐 아니라 'ㄱ'자 모양으로 설치돼 정면과 측면을 모두 볼 수 있는 거울을 많이 찾는다. 장신구를 넣을 수 있는 다양한 수납공간과 햇빛이 들지 않게 해주는 암막 커튼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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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인 현영씨의 집 거실 인테리어. 전체적으로 흑백 톤을 유지했고, 베란다로 이어지는 거실 구석에는 꽃을 둘 수 있게 덱을 설치했다. / 리빙디자인 제공
조희선 스타일리스트는 "연예인은 비싸고 화려하게 집을 꾸밀 것 같지만, 비용 측면에서 일반 집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남에게 보이는 공간이 아니라 오랫동안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예인들이 집을 꾸밀 때는 '고급'보다는 '감각'을 원한다"며 "일반 사람도 값싼 물건을 색다르게 연출하면 세련된 연예인 집처럼 꾸밀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