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영양주사를 받으러 온 임신부에게 의료진이 낙태 수술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의료진들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남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 산부인과.
베트남 국적의 여성 A씨는 지난 달 7일, 임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A씨는 임신 6주 진단을 받았고, 영양수액을 맞기 위해 분만실로 들어갔습니다.
주사를 맞은 뒤 곧바로 잠에 든 A씨.
한참 뒤에 깨어나보니 하혈을 하고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낙태를 하러온 다른 환자로 착각해 A씨에게 수면마취제를 주사하고 낙태수술을 했던 겁니다.
낙태수술을 하러 온 환자의 의료차트와 A씨의 의료차트가 바뀐게 일차적 사고 원인이었습니다.
간호사는 의료차트가 바뀐 줄 모른채 A씨에게 수면마취제를 주사했고, 의사 역시 수술 전에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낙태수술을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박호균/의료법 전문 변호사] "중요 시술을 할 때는 그 전에 환자와 구두로 이야기하면서 (수술 사실을) 확인하는 이런 과정들이 필요합니다. 해당 의료진이 산모와 의사소통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은데."
A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해당 의사와 간호사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임신부의 동의없이 낙태를 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부동의 낙태 혐의'를 적용할 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당 산부인과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 관계자] "드릴 답이 아무 것도 없어요. 아는 게 없어요. 들은 게 없어요."
병원측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소중한 태아를 잃어버린 A씨 부부는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병원이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에서는 지난해 9월 신생아 한 명이 로타바이러스 확진판정을 받고 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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