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바로간다, 사회정책팀 곽동건 기자입니다.
이곳은 서울 강서구의 한 재건축 구역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9월 이주가 끝나야 했지만 아직 십 여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 집 반지하방에 살던 한 50대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세입자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걸까요.
우리 상황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재건축, 재개발 현장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 영상 ▶
3층짜리 다가구 주택 반지하방에 혼자 세들어 살던 변 모씨.
지난 여름부터 '방을 빼지 않으면 강제 퇴거시키겠다'는 독촉을 받아왔습니다.
[이웃 주민] "(재건축 조합이) 명도소송 한다고 협박하고 그럴 때 너무 심리적으로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우울증으로 저도 밤에 잠도 못 잤어요. 겁도 나고… 근데 이 분은 더 그렇지 않았을까"
일용직 노동자였던 변 씨는 전기세, 수도세마저 제때 못내는 형편이었습니다.
[장석호/이웃 상점 주인] "좀 가격이 낮은 소보로빵이나 크림빵 같은 거… 2천 원치. 항상 그렇게 사 가세요. 이건 아침용이래요. 근데 봉지에는 편의점에 그 삼각 김밥…"
변 씨는 아버지에게 '힘들었다.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대구의 한 재개발 구역, 지난 달부터 한 60대 부부가 텐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바로 옆 파란대문집에서 8년간 전세로 살다가 강제 퇴거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전세금은 대출받았던 은행이 가져가 다른 집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김기천/재개발 구역 세입자] "집 있으면 이런 데서 살겠습니까. 우리는 아는 사람 올까봐 창피스러워요. 솔직히 얘기해서…"
가스 버너로 밥 짓고, 밤에는 촛불을 켜가며 지낸 지 한 달 가까이.
기초생활 수급자지만 찾아오는 공무원도 없고, 조합 측은 보상 의무가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재개발 조합 관계자] "법적으로 하자 없어요. 어차피 저것(텐트)도 무허가잖아요. 법적으로 어떡할 건데? (보상해주면) 그 돈이 누구 돈인지 아십니까? 제 돈이에요."
현재 재개발 구역 세입자는 구역 지정 이전부터 거주한 경우에만 주거 이전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곳은 11년 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이들은 8년 전에 이사를 와 받을 수 없는 겁니다.
[이원호/한국도시연구소] "한국의 세입자들이 평균 거주 기간이 3.2년인데… 대다수의 정비구역에 있는 세입자들이 그 법적인 대책에서도 배제된다는 거죠."
서울 방배동 재건축 지역에서 8년째 세입자로 살고 있는 고 모씨.
고씨의 반지하 전세 보증금은 2천5백만원인데, 곧 나가야하는 처지입니다.
이 돈으로 다른 전세는 찾을 수가 없는데, 재건축 구역 세입자에겐 아예 주거 이전비도 없습니다.
[고00 /방배동 재건축 세입자] "(반지하에서) 더 이상 내려가서 찾을 곳이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나 노숙할 용기는 없고요. 노숙인 될 용기는 없어요. 차라리 죽을 용기는 있어요."
지난 겨울 아현동 재건축 지역에서 강제철거를 당한 30대 세입자가 노숙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당시 서울시는 재건축 세입자에게 이주 보상을 해주면 용적률을 높여주겠다는 대책 등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서울 40여개 재건축 예정지역 가운데 세입자 보상안을 마련한 조합은 아직 한 곳도 없고, 안해도 그만입니다.
[서울시청 관계자] "그러면 조합이 피해를 볼 수 있잖아요. 이거는(세입자 대책) 의무가 아니잖아요. 시가 의무를 부여할 수 없잖아요. 이건 법은 없으니까…"
화려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곳 마다 허물어지는 빈민들의 삶, 악순환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바로 간다 곽동건입니다.
(영상 취재: 나경운, 영상 편집: 김현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