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만드는 영화마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유수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거장이다. 그의 신작 <신의 은총으로>(2019)는 실제 프랑스 종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한 성직자의 아동 연쇄 성범죄사건과 이를 알고도 묵인 했던 프랑스 가톨릭 교회를 폭로한다. '신의 은총으로'라는 제목은 프레나 신부의 성범죄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기자회견에서 "신의 은총으로 (프레나 신부를 법정에 세울) 공소시효가 지났습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바르바랭 추기경에게서 따왔다.
당초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려고 했던 영화는 과거 프레나 신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들의 요청으로 인해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극영화로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만 해도 70명이 넘는다. 아동 성범죄를 연이어 저지른 사제와 이 사실을 알고도 은폐하고자 했던 추기경의 실명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특히 가톨릭 교회의 입김이 센 프랑스에서는 영화 제작이 쉽지 않았을 터다.
▲ 영화 <신의 은총으로>(2019) ⓒ 찬란 그럼에도 영화는 거대한 종교 조직에 맞서 프레나 신부의 연쇄 성범죄 가해 사실을 고발하고 교회의 책임과 자성을 추궁하는 피해자들의 모임 '라 파롤 리베레(La parole Liberee, 해방된 말, 목소리)'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예산 등 여러 이유로 제작이 무산될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소임을 다한 것. 지난해 열린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종교계 아동 성폭행 미투(#MeToo)에 대한 국제영화계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폭력 가해 탄로는 <신의 은총으로>의 실제 모델이 된 프레나 신부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의 은총으로>가 제작되기 이전 이미 미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범죄 사건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2016)가 만들어졌다. 해당 작품은 2016년 열린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차이가 있다면 <스포트라이트>는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을 취재하는 언론인의 시점에서 종교계 성폭력을 다루었다면, <신의 은총으로>에서는 수십 년 전 프레나 신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들이 전면으로 등장해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과거와 마주한다.
<신의 은총으로>은 크게 세 인물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 프레나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사실을 제외하곤 아무런 접점이 없어 보인다. 맨 처음 프레나 신부의 성추행을 폭로한 알렉상드르(멜빌 푸포 분)는 성범죄 사실을 숨기기 바쁜 교회에 크게 실망하면서도 굳건한 신앙심을 놓지 않는다.
반면, 오래 전 사건 이후 교회를 등지고 살아온 프랑수아(드니 메노셰 분)는 과거 자신이 겪은 성추행 사건은 모두 끝난 일이라 생각하며 사건에 대한 진술을 거부 하려 한다. 그러다 가해자가 여전히 신부직을 유지하며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이에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피해자 연대모임 '라 파롤 리베레'를 결성하고 프레나 신부를 고발한 프랑수아와 알렉상드르는 또 다른 피해자 에마뉘엘(스완 아르라우드 분)을 만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