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중견 배우 권재희(58)와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61)가 오늘(28일) 부부가 된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가족들만 초대해 조촐한 둘만의 결혼 서약을 한다.
여배우 권재희와 한홍구 교수의 인연은 1969년 11월 형장의 이슬로 억울하게 사라진 권재희의 부친 권재혁 교수가 연결고리가 됐다.
故권재혁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촉망받던 경제학자로, 미국 조지타운 석사학위를 받고 오리건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귀국해 육사 및 건국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하지만 일명 남조선해방혁명당 사건의 우두머리로 지목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68년 수감됐고, 이듬해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아 그 해 11월 사형이 집행됐다. 딸 권재희를 비롯한 유족은 권 교수에 대한 재심을 청구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아 사형 집행 45년 만에 억울한 누명이 벗겨졌다.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끌어내기까지 한홍구 교수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홍구 교수는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의 구명운동에 나섰던 인물이다. 권 교수의 억울한 죽음에 탄식하며, 과거사정리위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2009년엔 언론에 권재혁 교수와 관련한 칼럼을 썼다. 지난해 11월에는 권재혁 교수의 50주기 추도식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권재희는 앞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홍구 교수에 대해 “가치관이 너무 잘 맞고 실천력이 있는, 신념을 갖고 한 평생을 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부분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비슷한 처지의 유가족들을 이해했고, 복원을 위해 노력했고, 나아가 같은 유가족이 되어 준 고마운 분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부분도 멋있다”는 말로 단단한 신뢰와 함께 애정을 보였다.
미스 롯데 출신으로 K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권재희는 1980~1990년대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 연극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다. 이후 결혼과 함께 육아와 내조에 집중해오다 2000년대 드라마 ‘아줌마’로 컴백했다. 2015년 SBS 드라마 ‘내 어머님은 며느리’와 2016년 MBC 아침드라마 ‘좋은 아침’에 출연하기도 했다. 전 남편은 개그맨 이하원으로 지난 2016년 11월 25일 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한홍구 교수는 독립운동가 한기악 선생의 손자이자 출판사 ‘일조각(一潮閣)’ 창업자인 한만년 선생의 아들이다. 또, 이승만 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낸 유진오 박사의 외손자다.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항일 독립 투쟁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역사학자로 2000년부터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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