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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의 '배우'다] 손예진의 연기는 베테랑 매니저조차 속였다
놀히타리 2021-02-17     조회 : 458

편집자주

※ 여러분들이 잘 아는 배우의 덜 알려진 면모와 연기 세계를 주관적인 시선으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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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생일날 김민숙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마음은 어지러웠다. 회사의 간판이라 할 배우 손예진의 연락을 받으면서부터다. “저에게 할 말 없으세요” “오늘 좀 만나죠”라는 말에는 서운함과 냉기가 가득했다. 김 대표에게는 켕기는 일이 있었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2008) 등으로 떠오른 별이었던 배우 문채원 영입 작업을 막 끝냈는데, 손예진에게는 언급을 한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질투와 시기의 동물. 김 대표 머리에는 ‘혹시’라는 단어가 스쳤다.

김 대표는 손예진이 정한 장소로 향했다. 부리나케 간 곳에는 부르지도 않은 문채원이 손예진과 함께 냉랭한 표정으로 서로를 외면하며 앉아있었다. ‘벌써 일이 벌어졌구나’라는 생각에 김 대표는 아찔했다. 다급하게 자리에 앉아 ‘사태’를 해결하려는데, 두 배우가 갑자기 “생일 축하”를 외쳤다. 손예진이 김 대표를 위해 마련한 깜짝 쇼였다. 김 대표는 국내 1세대 매니저로 꼽히는 베테랑이다. “연기하고 싶다”고 불쑥 찾아온 고교 2학년 손언진을 “공부 더 하고 1년 후 다시 오라”며 돌려보냈다가 이후 손예진으로 데뷔시켜 빅스타로 키웠다. 그런 김 대표조차 손예진의 연기에 속아넘어갔다. 영민하면서도 유쾌한 손예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손예진은 어떤 하나의 수식으로 단정 짓기 힘든 배우다. 활동 초창기엔 ‘멜로의 여왕’이라는 말이 따랐으나 지금은 딱히 어울리지 않는다. 연애 고수(영화 ‘작업의 정석’)에서 재벌 상속녀(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까지 연기 폭이 넓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화 ‘무방비도시’(2008)를 떠올려보자. 손예진은 냉혹하고도 솜씨 좋은 소매치기 백장미 역을 맡았다. 불량한 눈빛에 살기가 번득인다. 달콤하거나 순정하거나 애수 어린 사랑을 표현해내던 손예진을 단번에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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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남성 관객이 “공상과학 영화 아니냐”며 힐난했던 ‘아내가 결혼했다’(2008)는 또 어떤가. 손예진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남편 덕훈(고 김주혁)에게 새로 사랑하게 된 남자와 결혼을 한번 더 하게 해달라고 조르는 인물 인아를 연기했다. 터무니없는 요구에 덕훈도 관객도 기겁을 하지만 “내가 별을 따달래, 달을 따달래, 그냥 남편 하나 더 갖겠다는 것뿐인데”라는 인아의 말은 손예진의 연기를 통해 묘하게 설득력을 얻는다. 손예진의 ‘반달 눈웃음’과 천연덕스러운 표정에 관객은 무장해제된다.

‘비밀은 없다’(2016)에서도 손예진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고교생 아이를 잃은 여인 연홍으로 변신했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가족까지 버릴 수 있는 남편 종찬(고 김주혁)에 맞서 진실을 찾아가는 주체적인 역할이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은 손예진이 액션 연기 역시 가능함을 보여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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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 예전 인터뷰로 만났을 때 “서울 시내 대형 문고에 한번 가면 책 수십 권을 산다”고 말했다.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상상해내고 표현하는데 독서만큼 좋은 훈련도구는 없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매번 소화해내는 연기력의 비결은 왕성한 독서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대한 몰입 역시 강점이다. 경기 파주시에서 영화 ‘협상’(2019)을 촬영했을 때 손예진은 촬영장 인근 펜션에 머물렀다. 집을 오가는 시간을 아껴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협상’을 제작한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배우들은 보통 촬영장이 수도권이면 출퇴근하며 연기한다”며 “손예진은 스타일리스트 등 스태프와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면서 숙소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길 대표는 “손예진이 숙소에서 추리닝 입고 생활하다 자기 촬영이 없을 때 현장에 놀러 오곤 했다”며 “팀의 일원이 되고자 하고, 작품에 자신의 모든 걸 다 쏟는 배우라는 인상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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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인 면은 연기에서도 드러난다. 손예진은 촬영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협상’의 이종석 감독은 “배우들이 다 모여 시나리오 읽기를 할 때에도 제안을 많이 해 시나리오 회의처럼 느껴졌다”며 “공동 각색으로 이름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이 감독은 손예진을 “촬영장에 준비를 많이 해오면서도 감독의 요구를 즉석에서 잘 반영하는 배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손예진의 다음 작품은 할리우드 영화 ‘크로스’다. ‘비포 선라이즈’(1995)의 이선 호크와 ‘아바타’(2009)의 샘 워딩턴이 연기 호흡을 맞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촬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국의 배우들과 어떤 연기 앙상블을 빚어낼까. 손예진은 매번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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