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사퇴설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4일 전격 사의…"반부패시스템 붕괴 지켜볼 수 없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힘을 가진 사람이 저지른 중대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해서 소추 여부를 결정하고 최종심 공소유지까지 담당해야 한다"며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에 대해 반발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검찰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총장은 "새로 시행된 형사사법 제도에 적응하시느라 애를 많이 먹고 있는 와중에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검찰을 해체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돼 더 혼란스럽고 업무 의욕도 많이 떨어졌으리라 생각된다"라며 "총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저의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고 한다. 여러분들과 함께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으나 더 이상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수사청 설치에 대해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며 거듭 비판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안'은 6대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고 해당 수사 업무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이 골자다. 윤 총장은 "형사사법 제도는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한 번 잘못 설계되면 국민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된다"며 "수사와 재판 실무를 제대로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러한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총장은 "모든 수사를 검찰이 다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완료하는 경우도 있고 경찰이 검찰의 조언을 받아 수사를 진행하거나 경찰이 검찰과 합동으로 협의해 수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 저지른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해서 소추 여부를 결정하고,최종심 공소유지까지 담당해야 한다"라고 분명히 했다. 그 이유로는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권력형 비리나 대규모 금융·경제 범죄에 대해 사법적 판결을 통해 법 집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재판 과정에서 힘 있는 자들은 사소한 절차와 증거획득 과정에 대해 문제로 삼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검사는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윤 총장은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돼 가는 중대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기소를 하나로 융합해 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주요 사법 선진국에서도 중대 사건에서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시도는 사법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저는 작년에 부당한 지휘권 발동과 징계 사태 속에서도 직을 지켰다.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며 "이제 그토록 어렵게 지켜왔던 검찰총장의 직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물러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에서 사의를 밝혔다. 이후 법무부가 청와대에 보고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사의를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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