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서유나 기자]
재미를 위해 누군가는 꼭 웃음거리가 되어야 하는 걸까? 계속된 장영란 몰이가 불편하다는 시청자 반응이다.
3월 9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 139회에서는 원어민 선생님까지 집에 초대해 영어 공부를 하는 김예령, 김수현, 윤석민 가족의 일상에 맞춰 스튜디오에서도 즉석에서 영어 스펠링 테스트가 치러졌다. 자칭 전교 1등 목동맘 장영란, 제약회사 출신 홍현희, 연세대 출신 이하정, 박사 과정을 수료한 서수연이 테스트의 주인공이었다.
테스트에 등장한 3월(March), 닭(Chicken)과 같은 기초적인 단어들, 모두가 나름대로 선방하는 사이 오직 장영란만 쩔쩔 매 MC 이휘재와 박명수의 시선을 끌었다. 이에 이휘재의 "영란이 어떡하냐"라는 말을 시작으로 박명수는 "(장영란이) 마취를 많이 당했다"라며 괜히 성형 얘기를 꺼냈고, 곧 이들은 소리 나는 대로만 써도 되는 토마토(Tomato) 스펠링를 써보라 주문하는데 이르렀다. 이들은 "그만하라"라며 도망가는 장영란을 잡아 억지로 펜을 쥐여주곤 결국 'Tomat'이라는 모자란 스펠링을 완성한 장영란의 얼굴색이 토마토색이 될 때까지 놀렸다.
아무리 웃음을 위한 예능용 행동일지라도 한 사람을 향한 정말 집요한 놀림. 이를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시청자들은 "아무리 설정이라고 해도 보기 좋지 않다", "장영란 씨한테 너무하다. 집에서 아이들이 보고 있을 텐데", "다들 영어 실력이 얼마나 뛰어나다고 장영란 님을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이날은 매번 박명수가 장영란에게 시키곤 하는 우스꽝스러운 댄스도 화두에 올랐다. '아내의 맛' 패널 중 결혼 전 연애를 못 해본 사람은 장영란뿐일 거라는 놀림 중, 장영란이 발끈해 일어나자 "일어난 김에 춤이나 추라"며 어김없이 코믹 댄스를 주문한 박명수. 이에 장영란은 "저희 시어머니가 화가 나셨다. 박명수 그 XX 다시 한 번만 (춤 시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라고 말했고, 이하정 역시 "전화 오셨단다"라고 말을 보태며 실제 상황임을 강조했다.
장영란 시어머니의 화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금껏 '아내의 맛'은 자꾸만 서로를 깎아내리는 멘트, 웃음거리로 만드는 주문으로 여러 차례 그 '무례함'이 시청자들의 갑론을박 대상이 됐다. '아내의 맛' 속 이런 웃음거리 롤은 패널 누구도 피해 가지 못하곤 했지만, 특히 가장 중심에 선 인물은 장영란이었다. MC들은 하나같이 장영란과 남편 한창의 화목한 일상, 그녀의 패션 센스를 웃음을 핑계 삼아 깎아내렸다. 장영란의 독서 습관, 출연료 네고도 너무도 쉽게 입에 올렸다.
'웃음거리 롤' 만들기는 시대상을 담지 못해 밀려나 버린 몇몇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던 너무도 1차원적이고 저열한 웃음이다. 웃음과 웃음거리는 다르다는 것, 다년간의 내공을 자랑하는 '아내의 맛' MC들은 과연 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방송을 즐겁게 보던 시청자들조차 무례함을 감지하고 멈칫할 만큼 찝찝한데, 어째서 선 넘은 무례함은 갑론을박 속에서도 매번 반복되는 걸까.
누군가의 무지를 드러내 놓고 비웃는 것도, 상대의 가족조차 불쾌한 댄스를 웃음 삼아 시키는 것도 모두가 무례에 해당한다. '아내의 맛' MC들과 제작진은 정말 프로그램과 모든 패널들, 그리고 시청자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웃음을 위해 특정 인물의 희생을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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