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박은해 기자]
총살은 기본, 대낮의 칼부림으로 피바다가 된 계단, 발톱 뽑고 산채로 몸에 불 지르기, 심장을 파고드는 전기드릴, 까마귀밥이 된 시체. 놀랍게도 15금 연령 고지 드라마에서 한 회 안에 등장한 장면이다.
5월 2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연출 김희원) 마지막 회에서는 악을 처단하는 또 다른 악. 메인 빌런 장한석(옥택연 분), 최명희(김여진 분)를 잔인하게 고문하고 죽이는 빈센조(송중기 분)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최명희 설계로 구속 취소된 장한석은 자신을 배신한 한승혁(조한철 분) 남동부지검장을 법원 앞에서 칼에 맞아 죽게 했다. 칼에 찔린 배와 목 부근은 부분적으로 모자이크됐으나 한승혁에게서 나온 피로 법원 계단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빈센조의 다음 타깃은 홍차영(전여빈 분) 아버지 홍유찬(유재명 분) 변호사를 죽이고, 자신까지 죽이려 했던 최명희였다. 그는 해외로 도피하려던 최명희를 납치해 열 발가락 발톱을 모두 뽑고 온몸에 기름을 부었다. 이어 라이터를 던져 고통 속에 불타 죽게 했다. 발톱을 직접적으로 뽑는 장면이나 전신에 화상을 입는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피투성이가 된 발, 다리부터 불이 붙기 시작하는 등 잔혹함에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장한석은 제우스가 내린 형별로 까마귀에게 간을 쪼아먹힌 프로메테우스가 떠오르는 죽음을 맞이했다. 빈센조는 러시아 마피아에게 배운 드릴 고문 기술로 장한석 심장을 서서히 뚫어 피를 빼냈고, 장한석은 결국 까마귀들에게 살을 파먹히며 눈을 감았다. 이들은 끔찍한 고통에 차라리 총으로 자신을 쏴 죽이라고 했지만 빈센조는 자신이 공언한 대로 그들이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서서히 죽어가게 했다.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약자들의 터전을 빼앗고, 온갖 비리와 불법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이들의 최후는 더할 나위 없이 통쾌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살해, 고문 장면을 15금 연령 고지 드라마에서 담아낸 것이 지나치게 잔인했다는 비판 의견이 제기됐다. 상처에서 피가 콸콸 쏟아져 나오고, 산채로 몸에 불이 붙는 모습은 19세 미만 시청 불가로 방송된 타 드라마보다도 잔인했다는 평가였다.
동 기간 방송된 SBS '펜트하우스2' ,'모범택시', tvN '마우스'가 살인, 폭행, 방화, 고문 등 장면을 묘사하면서 19세 이상 시청가로 등급을 높여 방송한 것을 고려하면 안일한 대처였다. '빈센조'는 심야 시간대도 아닌 주말 저녁 방송되는 드라마인 만큼 수위 검열과 사전 연령 고지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극 전개상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라 하더라도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빈센조' 마지막 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 14.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15세 이상 시청가에서 지나치게 잔인한 살해, 고문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낸 것에 대한 반성 또한 필요하다.
(사진=tvN '빈센조'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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