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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전라도사투리] '모지리'와 '모질헌 놈'
사이사이 | 2011.07.13 | 조회 12,412 | 추천 75 댓글 1
'모지리'와 '모질헌 놈'





<부족하다>를 뜻하는 '모자라다'는 중세어에 '모 라다'로 쓰였으나, 이 말만 보면 그 어원을 알기 어렵다. 그러나 옛말에 ' 라다'라는 말이 있었음을 고려하면 '모자라다'의 어원을 파악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옛말의 ' 라다'는 <족하다>, <충분하다>의 뜻을 가졌다.



그래서 17세기 문헌인 『노걸대언해』(老乞大諺解)라는 책에는 '조브면 옷 지으매 라디 못 여'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세어 '모 라다'는 결국 부정어 '못'(옛말에는 ' '으로 쓰였다.)과 ' 라다'가 합해진 말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으니, '모 라다'라는 말은 곧 <족하지 못하다> 또는 <부족하다>의 뜻을 가졌던 것이다.



전라도 말에서 '모자라다'는 흔히 '모지러다'로 쓰인다. 그래서 '모지러먼 여그치 갖고 가그라'라고 하거나, '손이 모지렁께 아무라도 쓰제'라고 하기도 한다. 형태가 약간 달라졌을 뿐 표준어 '모자라다'와 의미는 꼭 같이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전라도 말의 '모지러다'는 더 자세히 살펴 보면 '모지러다'가 아니라 '모질허다'로 기록해야 맞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말에 어미 '-어서'를 붙여 보면 그 실제 발음은 [모지래서]로 소리난다. '갖고 온 것이 모지래서 쪼끔씩만 묵었네'처럼 쓰이는 것이다.



만약 '모지러다'였다면, 여기에 '-어서'가 결합할 경우 [모지래서]가 아닌 [모지러서]로 쓰여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쓰이지 않고 오직 [모지래서]로만 쓰이는 점으로 미루어, [모지래서]는 '모질허다'에 '-어서'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전라도 말에는 낱말 중간의 /ㅎ/이 소리나지 않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 때문에 '모질해서'는 [모지래서]로 소리날 뿐인 것이다.



 '모자라다'가 전라도 말에서 '모질허다'로 자리잡아야 할 또 다른 이유로 '모지리'와 같은 낱말을 들 수 있다. 전라도 말 '모지리'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주로 특정인에 대한 비하나 낮춤의 표현으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쩌 모지리 좀 보소. 허도 못 헌 것이 지가 헌다고 쩌렇게 난리다네'처럼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에 흔히 쓰인다. 이 '모지리'는 '모질'이라는 말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이'가 결합된 '모질이'에서 온 것이 분명한데, 이 때의 '모질'은 '모질허다'의 어근을 형성하는 부분이다. 즉 '모질허다'는 '모질'과 '허다'가 합해진 말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모질'이 분리되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전라도 말이 '모질허다'가 아니라 '모지러다'였다면 결코 '모질'과 같은 형태가 분리될 수 없었을 것이다. '저 사람이 모질은 안 헌디, 근다고 똑똑도 안 해'와 같은 예에서도 '모질'과 '허다' 사이에 다른 말이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 두 성분이 분리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도 '모자라다'의 전라도 말은 '모질허다'가 되어야 한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표준어 '모자라다'는 전라도 말에서 '모질허다'로 쓰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러면 이처럼 표준어나 옛말과 전혀 다른 형태로 정착되어 쓰이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우선 옛말 '모 라다'는 전라도 말에서 바로 '모질허다'로 변화한 것은 아니고, '모지러다'와 같은 중간 단계를 거쳐 바뀐 것으로 보인다. 즉 '모 라다 > 모지러다 > 모질허다'와 같은 과정을 겪었던 것이다.



전라도 말에서 '모지러다'가 '모질허다'로 변하게 된 것은 '모지러다'와 '모질허다'의 실제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두 발음에 차이가 없으므로 사람들은 '모지러다'를 '모질허다'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어학에서는 이처럼 실제 어원과는 달리 일반 언중이 자의적으로 분석하는 행태를 재분석(reanalysis)이라고 한다. 결국 '모질허다'는 '모지러다'에 재분석이 일어난 결과이며, 이 재분석으로부터 '모질'이라는 어근이 생겨나고, 여기서 다시 '모지리'라는 새로운 낱말도 파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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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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