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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어장에 살어리랏다
오렌지카라멜 | 2011.08.14 | 조회 6,579 | 추천 9 댓글 0


사실 이십대 초반에 너무나도 좋아했던 남친과 헤어지고

취직을 위해 시험준비를 하던 중.

 

정말 그땐 제 공부도 안 잘 풀렸

지 공부해야겠다고 헤어지자하고 가버린 남친은

잔여물마냥 머리속에 콱 박혀서 나오지도 않고..

하여, 답답한 맘에 사주팔자 용하게 풀어주신다는 분께 찾아가서 점을 보았지요.

 

어찌나 쪽집게 같던지...

제 아픈 곳, 힘든 곳, 다 맞추시고 이번 시험에 붙는다. (실제로 붙었습니다.)

언어계열로 가야한다. (영어연수중이지요.)


등등 너무 잘 맞추어주셔서

결혼은 29살에 한다는 말을 정말 철썩같이 믿었어요.

 

꼿같던 나이 24, 25에는 주변에 남자가 한톨도 없었고,

그 후로 어장의 물고기로, 무수리로, 26, 27살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작은 희망이 있었답니다.

 

29살이면 결혼한다는 (쪽집게 슨상님이 풀어주신)그 희망.

 

그리고 올해 드디어 28이 되었습니다.

 

이쯤이면 남자친구가 있겠지 싶었는데...

남자친구는 커녕,

여전히 저는 한 마리의 물고기

청운의 푸르렀던 꿈푸른 곰팡이가 되어갔고.. ㅠㅠ

이렇게 28살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상하다 싶은 마음에 같이 점보러 간 어머니께 다시 여쭈어보니

“29살 결혼이 좋다는 거지, 그 때 결혼한다고 한 건 아니다.”라며

청천벽력같은 소리까지 안겨주십니다.

네가 잘못들은 것 이라고.





에이씡
..

 

29살 결혼이란 희망의 끈을 유일하게 잡고 있었건만..

누군가의 전지가위로 그 끈은 댕강 잘려 버린 것같았고,

결혼의 꿈 따위는 행방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연이 되었습니다.

 

 

제가 상상하던 28살 겨울.

내년에 결혼할 남자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며

사진을 빵빵 찍고 뽀샤시 처리미니홈피를 샤방하게 장식하고,

길거리에서 나는 바퀴벌레여도 좋다!!!!”라고 외치던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리는 커녕,


거리에 나댕기는 바퀴벌레들은 다 죽어야한다며 마스크 쓰고

살충제를 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여튼 사설이 너무 길었지요.

 

제가 어머니에게 그런 청천벽력의 말을 듣기 전에

“29살엔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굳건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이 나이에 (정말, 창피하게도쥐구멍에 들어가서 치즈나 갉아먹고 싶을 정도로)

짝사랑하는 남정네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20,

좋아하는 선배에게 고백하고선

너는 나의 남동생, 형제같은 녀석이다.” 라는 말로

한겨울 얼어붙은 볼따구에 귓싸대기 갈김당한 듯한 거절당함을 끝으로

졸업한 줄 알았던 짝사랑이었는데.. ㅜㅜ



26
살 여름 재입학을 허가하더라구요.


아직 찌찔학졸업 학점이 모자랐나봐요.

ㅜㅜ

 

상대는 같은 직장의 동료여친이 있었고 늦은 군입대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였습니다.

나이는 동갑.. 이하 개구리 왕자.

 

원래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만인에게 싹싹하다는 걸 알았던 저는,

제가 그 개구리 왕자를 좋아하고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군입대를 한다며 그가 직장을 떠나던 날.

어찌나 눈물이 쏟아지던지, 대성통곡하며 방대한 량의 눈물을 줄줄 흐리며,

1주일동안 눈코입이 부은 살덩이에 파묻힌 나머지, 신원불명의 여자로 지냈을 정도였어요.

 

너무 건강한 저인데 그의 입대로 마음의 병을 얻고

이틀이나 병가를 내고 자리 보전하고 누웠었답니다.

 

한달에 한두통 편지는 기본이요, (많이 보내면 질릴까봐. ㅜㅜ)

편지지는 저의 정성을 듬뿍담아 이쁘게 꾸며 보내고

여친이랑 제대후면 결혼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해주고 싶었어요.

 

이것이 짝사랑대학 재학중인 찌질학 전공 학생들이 잘하는 짓이니깐요.


별로 놀랄 것도 없죠. ㅡ,.ㅡ 

 

그러던 어느날.

대부분의 군인들이 그렇듯,

작대기 세개를 넘어가려는 찰나.

우리 개구리 왕자 여친이 개구리 왕자를 찼더군요.

 

휴가 나온 개구리 왕자는 얼마나 삐쩍 말랐던지

뒷다리가 퇴화해버린 올챙이 같은 꼴이었어요. 

 

저는 또 찌질학 전공자로서 어찌나 맘이 아프던지

그 망할 여친이 고마우면서도 사지를 묶어

매우 치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여튼 이래저래 병장때까지 무사히 탈영않고 잘 견딘 개구리 왕자는

에 제대를 했어요.

저는 발령을 받아 다른 곳으로 옮겼고

개구리 왕자도 회사로 돌아오긴 했으나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아

매일 볼 수 없는 사이가 되었지요.

 

그래도 개구리 왕자 군생활동안 2년가까이.

편지 보내주고 안부 물어봐준 것은 저밖에 없어서 그런지

자기가 밥도 사주고 영화도 같이 보자고 그러더군요.

단 둘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니,

저는 점점 이게 데이트인가 싶어

오랜 짝사랑에 드디어 꽃이 피나 싶었는데....

 

찌질학 전공 애들은 왜 이리 착각학도 복수전공을 하는지... ㅜㅜ

 

짝사랑에 꽃을 피우기는 개뿔..

 

원래 개구리 왕자는 다른 집 처녀들과 밥도 잘 먹고 영화도 잘 보고 그런답니다.

개구리 왕자는 남자가 씨가 마른, 꽃밭에서 대학생활을 했거든요.

다른 집 처녀들과의 데이트적 일상은 별 특별한 것도 없지요.

 

그것도 모르고 데이트인가 싶어 룰루랄라 옷 사입고 만난 저는 어느새 파산의 여신.

ㅜㅜ

 

여튼.. 사실을 파악했으면 그의 어장에서 얼른 빠져나와야 하는데

찌질학과 착각학 복수전공자의 아집으로 끝까지 그의 어장에서

그래도 난 (다른 물고기들과는) 조금은 달라!”하며 헤엄치고 놀았답니다.

 

사실 지난 2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동갑인데도 불구하고

직장동료로 만난 사이라 꼬박 존댓말을 해왔거든요.

 

그런데 개구리왕자가 올 여름 말을 놓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래! 이 참에 말 놓자!”하고 둘이 술을 마시는데

 

개구리왕자도 술을 참 못하지만 저는 맥주 500이면 정신줄을 놓는 여자인데,

맥주 1000에 꽐라가 되어서 온갖 추태를 부렸나봐요.

 

제가 기억하는 건,

나 똑바로 걸을 수 있다!!”며 차선을 따라 걸었던 거. ㅜㅜ

혈당량을 높여야 술이 깬다며 나 쪼꼬우유! 쪼꼬쪼꼬 쪼꼬우유 하며

혀반토막소리 냈던거.. ㅜㅜ

나 괜찮아~ 괜찮다니깐~” 이러며 집앞까지 데려다 준 개구리 왕자를...

그냥 보내준 것 등등.. ㅜㅜ

 

여튼 처음으로 이성이 나간 저를 본 개구리 왕자는

그동안 철벽녀인줄 알았던 제가 조금은 만만해졌는지

장난도 치고 전보다 짓궂게 굴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아시잖아요.

이런일을 겪을 때마다, 찌질학 전공자들은 착각학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는 것을.

ㅜㅜ

 

이 남자는 저의 생일도 챙겨주고

매일 먹고 싶다던 바나나 우유도 생일선물이라며 곁다리로 챙겨주고

근무지에 놀러가면 밥도 사주었어요..



압니다
. 알아요.

이 곳은 어장이라는 것을.

하지만 알면서도 빠져나올 수가 없는 거에요.

 

거기다가 이번엔 평소에 개구리왕자랑 저랑 다같이 친하게 지내는

눈치옹과 술을 마시고 모두 뻗어 한 곳에서 잠을 잤고,

(사실 덮칠까도 생각했는데 급소심해져서 자는 모습만 음흉하게 보았어요.)



다음날 개구리 왕자의 제안으로 차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

흡사 데이트같은 걸 했으니....

저는 이제 꼼짝없이 짝사랑의 결계에 갇혀 버린 것이죠.

 

그가 저한테만 이러는 거면 짝사랑도 아니고 어장관리도 아니겠지만

그는 오늘도 동료 여자 인간과 단둘이

손예진이 나오는 로맨스 영화를 보러 나간답니다.

 

그 여자 동료인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를 무지 싫어하고 눈치옹의 엑스 걸프렌드로서

제가 관심있어 하는 건 다 앗아가는 기가 막힌 타이밍의 소유자이지요.

 

28.

개구리 왕자의 전역과 함께, 저는 “29살 그와 결혼한다.”

근거가 심히 미약한 가정아래 26살 짝사랑을 지금까지 끌고 왔어요.

 

저의 짧은 인맥으로 주변의 남자라곤,

등장했는가 싶으면 어느새 사막에 물 증발하듯 없는 것도 사실이다보니

개구리 왕자에게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글고 주변에서 자꾸 "어울린다. 잘해봐라.” 하니깐

괜히 더 찌질하게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요. ㅠㅠ

 

언니, 오라버니들!!

그리고 저보다 훨씬 굴곡지고 힘든 경험이 많은 아우님들!!!

이십팔살 여자의 짝사랑 이거 어찌해야 하나요?



제가 고백해버리면 그 어장에서 살지도 못하는 거겠죠
?

 

도와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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