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그대로 "싼 이자의 주택매매 견인은 무리"…중도금·잔금·대환 수요 '영향' ] |
‘연 1%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장이 가시화되면서 가계대출 총량이 늘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높은 집값과 고강도 대출규제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가 답보 상태인 만큼 저금리가 신규 대출 수요를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란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오는 12일부터 적용되는 KB국민은행의 혼합형(3~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 주담대 최저 금리는 연 2.15%로 정해졌다. 기준금리가 되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가 수개월째 내리막인 데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으로 ‘올해 내 연 1%대 진입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통 혼합형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지만 시장금리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지난해부터 변동금리가 혼합형 금리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났고 당분간 역전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전례 없는 연 1%대 주담대의 등장이 부동산 매수 수요자의 대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원리금균등 상환 방식 주담대로 2억원을 30년 만기 1.9% 금리로 빌린다면, 고정금리 기간 월 이자는 17만4000원에 그친다. 원금 상환액 55만5000원을 더해도 73만원 정도다. 안정적인 월급 생활자라면 비교적 부담 없는 액수다.
최근 은행권 주담대 증가세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7월 증가액은 3조3423억원으로 6월 3조281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3조원을 넘어섰다. 일부에서 집값 상승 조짐과 주담대 반등을 거론하는 이유다.
다만 은행권에선 싼 이자가 부동산 매매를 자극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대상 40%에 불과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강화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올해 주담대 정체의 핵심 배경이었던 깐깐한 대출규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담대는 집값 상승과 주택 매매의 결과인 만큼 대출금리가 내려간다고 주택경기 활성화를 이끌긴 어렵다”면서 “다주택자가 규제와 세금에 묶여 있고,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매수자들의 관망세는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저금리’ 주담대가 신규 주담대 이외의 중도금·잔금 대출이나 기존 주담대 고객의 ‘갈아타기’ 수요 증가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 코픽스 연동 주담대로 갈아타면 기존 LTV 등이 유지돼 한도를 유지한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제2 안심전환대출 역시 기존 대출한도를 유지할 수 있어 갈아타기가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를 최대 30조원으로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과 비슷하게 책정한 것도 갈아타기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각 은행의 주담대 실적 증가는 주로 집단대출의 영향”이라면서 “정책상품보다 더 낮은 금리의 주담대가 나오면서 이자를 줄이려는 기존 대출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