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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땐 6~7시간 까대기… 점심은 꿈도 못 꿔요”
수호천사!! | 2019.09.06 | 조회 346 | 추천 1 댓글 0

5일 오후 1시1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1동 주민센터 앞. 가을장마 타령이 줄 잇더니 가늘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취재 차 만난 3년차 택배기사 박승환(34)씨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한시가 급해서다. 좌석에 앉아 있는 그는 비를 쏟아붓는 하늘을 보고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택배 기사들에게 주 52시간 근무제는 남의 나라 얘기다. 매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지만, 추석 연휴는 더 큰 공포다. 배달 물량이 30~40%씩 불어나서다. “시쳇말로 숨 쉬는 시간 빼곤 죽도록 뛰어야 겨우 처리할 수 있을까 말까”란다. 그래서일까. 이날 박씨의 점심은 초코바 하나. “바쁜데 점심 먹는 건 죄”라고 했다. 거기다 선물세트들은 부피가 제법 되는 것들이다. 정성스레 포장한 것도 많다 보니 파손도 더 신경써야 한다. 품도 더 들고, 신경은 더 쓰인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길가에서 택배기사 박승환씨가 차량에서 택배 상자를 내리고 있다. 김진웅 기자/2019-09-05(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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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그에게 할당된 물건은 290여개. 평소보다 20% 늘었다. 오후 1시30분부터 논현동 일대를 돌며 본격적으로 배달하기 시작했다. 물건이 젖어선 안되기 때문에 평소라면 손수레로 한번에 나르던 물건들을 일일이 하나씩 꺼내 들고 뛰어야 했다. 1시간 50분 동안 건물 70여곳을 돌며 95개의 물건을 배달했다. 온 몸은 빗물인지 땀인지 모르게 흠뻑 젖었다. 담배 한 개피씩 입에 문 2~3분 정도가 쉬는 시간의 전부였다. 물론 그것도 온전히 쉬는 시간은 아니었다. 배달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한다. 느긋하게 피는 게 아니라 급히 연기를 빨아 마시고는 끝낸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택배 기사 박승환씨가 택배 차량에서 상자를 내리고 있다. 김진웅 기자/2019-09-05(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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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자체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게 있다. 터미널로 가서 배송지 별로 물건을 분류해 받아다 자기 트럭에다 싣는, 배달기사들끼리 ‘까대기’라 부르는 과정이다. 보통 사람들은 배달하는 기사만 볼 뿐, 창고에서 하는 이 작업 과정을 모른다. 이날 박씨만 해도 배달작업은 오후에야 시작됐지만, 그 이전 새벽 6시30분 강남 터미널로 출근했다. ‘까대기’ 작업을 위해서다. 그는 “오늘은 그나마 일찍 출근해서 일찍 끝냈지만, 지난해 추석연휴 땐 오후 3시에 끝난 적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택배회사들의 비용절감이다. 분류 담당 직원을 더 고용해야 하는데, 그 대신 배달해야 할 택배 기사들에게 분류를 시킨다. 분류해야 배송할 수 있는 기사들로선 어서 빨리 해치우는 게 더 낫다. 박씨는 “물량이 많은 명절 땐 분류가 늦어지고 배송이 늦어지면서 자연히 퇴근시간까지 늦어진다”고 했다.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을 일종의 공짜노동이라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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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물류거점별 작업시간. 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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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경기 성남 터미널의 경우 지난해 추석 1주일 전인 9월19일 분류 작업에 들인 시간은 무려 7시간40분이었다. 올해도 지난 4일 기준 성남 터미널의 분류시간은 6시간15분에 달했다. 이 때문에 택배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3,848시간으로 국내 노동자 1인 평균(1,976시간)을 훨씬 웃돈다. 분류작업 인원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택배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은 ‘택배운전종사자’와 ‘택배분류종사자’를 구분해 배송 업무를 분류 업무와 구분토록 하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려면 택배회사가 분류작업을 맡아야 한다”며 “그래야 소비자도 질 좋은 택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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