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박모(44)씨한테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는 애정전선에 빨간불이 켜지자 잘못된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다.
시작은 2017년 2월이었다. 여자친구 A씨는 박씨와 헤어지려고 연락을 끊었다. 화가 난 박씨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A씨 집에 찾아가 흉기를 들고 “헤어질 거냐, 안 헤어질 거냐”라고 수차례 물었다. 헤어지겠다고 하면 자해를 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박씨는 한 달 뒤엔 얼굴에 흉터가 있는 후배와 함께 A씨를 찾아갔다.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게 이유였다. 박씨는 이 자리에서 A씨한테 차용증을 작성하라고 강요를 했다. A씨는 후배의 험상궂은 인상에 위압감을 느껴 요구에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 차용증엔 자신이 박씨에게 600만원을 빌려주고, 박씨는 매월 50만원씩 갚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빌려줄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두려움을 느낀 A씨에게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박씨는 그해 8월엔 A씨가 이별 통보를 하며 떠난 것에 화가 나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겠다. 아는 동생들을 부르겠으니 경찰에 신고하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사랑과 배려의 대상으로 연인을 대하지 않고 단지 소유욕의 대상으로 인식한 박씨는 이 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최유신 판사는 28일 강요·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피해자는 일련의 범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는 이 밖에도 2016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39차례에 걸쳐 무면허 운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