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지도서 'NLL 이남'에 표시됐던 '함박도' 지명 사라져
NLL 이남 표시 카카오지도 올려놨던 국방부 홈페이지, 지도 고정시켜
카카오 "9월 말쯤 삭제" 국방부 "국민 혼선 줄이려 조치"
인터넷 포털 카카오의 지도 프로그램 카카오지도에서 최근 우리 땅 논란이 불거진 함박도 지명이 삭제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국방부는 함박도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측 700m에 있는 섬"라며 우리 관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라있는 카카오 지도에 함박도가 NLL 이남에 있는 섬으로 표시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6일 NLL 이남에 함박도 지명이 표시된 카카오지도(왼쪽)와 지명이 삭제된 현재 지도/카카오지도 캡처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이날 국방부 홈페이지를 다시 확인해본 결과, '찾아오는 길' 코너에 실린 지도는 전과 달리 확대가 되지 않았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일대 지역만 표시돼 함박도가 있는 서해는 아예 찾을 수 없게 한 것이다.
다음 포털에 있는 카카오지도에서도 함박도 표시가 사라졌다. 지난달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서해 NLL 표기선 이남에 섬 지도와 함께 '함박도'라고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확인한 지도에는 NLL 표기 선 아래에 서해 5도인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우도와 함께 섬 형태는 지도에 남아 있지만, '함박도' 지명 표기는 삭제됐다.
군은 지난달 홈페이지 지도의 함박도 표기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홈페이지 지도는 카카오지도를 끌어다 쓴 것이며, 카카오지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함박도가 어디인지 알 수 없도록 지도에서 지명을 지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국방부 홈페이지 '찾아오시는 길'에 있는 지도는 상하좌우로 움직이지 않는다.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9월말 쯤 삭제한 것으로 안다"며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이 돼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도에서 함박도라는 지명을 삭제하게 된 배경에 문화체육관광부 측의 비공식적인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카카오 측에 지명 삭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 문체부가 왜 지도에 관여를 하느냐"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함박도 문제와 관련해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국방부 홈페이지상 지도는 국방부 인근만을 표시하도록 했다"고 했다. 이어 "홈페이지에서 국방부로 '찾아오는 길'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일반 지도인 카카오지도를 연동한 것"이라며 "앞으로 국방부는 '민관 합동검증팀'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유관부처(기관)와 협의하여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함박도는 등기부등본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 97'이라는 우리 측 행정 주소가 있지만, 최근 북한 군사 시설이 들어선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국방부는 그동안 함박도가 NLL 이남에 있는 우리 영토란 주장과 실제 일부 정부 부처가 함박도를 우리 영토로 보고 관리·점검해온 데 대해 "행정 착오"란 입장을 보였다. 1965년 10월 29일 발생한 북한의 우리 어민 납치 사건 때 이를 보도한 신문 기사에 실린 지도에는 함박도가 NLL 이남에 있는 것으로 표시된 사실도 확인됐다.
네이버 지도에서 서해 부근을 확대하면 '말도' 왼쪽에 함박도 섬 형태와 함께 지명이 표시돼 있다. 네이버 지도에서 함박도와 말도는 NLL이남에 있는 섬으로 표시돼 있다. /네이버 지도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