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광화문 보수집회 포위된 세월호 기억공간 침 뱉고 욕설까지…"각오했지만 마음 아파"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대규모 보수단체 집회가 열린 3일 세월호 '기억공간' 주변으로 경찰이 둘러싸고 있다.(사진=김광일 기자)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로 광화문 일대가 가득찼던 지난 3일. 광장에는 외딴 섬처럼 덩그러니 놓인 곳이 있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 기름과 물마냥 섞이지 못한 채 고립된 세월호 추모 공간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광화문:광장 남단에 설치된 추모시설 '기억 공간'을 찾았다. 주변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보수 집회 참가자들로 빼곡했다.
태극기 인파에 포위된 세월호 유가족들은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힘들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노골적으로 욕을 하고 침까지 뱉었다. 5년 넘도록 끊이지 않았던 비아냥에 이골이 났지만 흐르는 눈물은 참기 힘들었다.
이날 '기억 공간'에서 만난 세월호 희생자 고(故) 김시연양 어머니 윤경희씨는 "한두번 있었던 일도 아니고 그래서 각오를 하고 나왔는데도 XXX라며 사진을 찍고 침을 뱉고, 손가락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화가 나거나 이분(보수 집회 참가자)들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우리가 왜 이곳에 있는지 한분 한분에게 모두 설명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번만 우리 얘기를 들으면 저러시지 않을 것 같은데, 다같은 부모이고 그래서 다 이해해주실 것 같은데 그런면에서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2014년부터 일요일 하루만 빼고 매일 광화문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5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던 세월호 천막은 지난 4월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기억 공간'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우리공화당이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치면서 유가족 측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린 이날 보수단체는 '기억 공간' 바로 뒤편에 대형 무대를 설치했다.
윤씨는 마지막으로 "2014년 외쳤던 그 구호를 5년이 넘도록 지금도 외치고 있다"며 "저희가 바라는 건 진상규명으로 책임자가 처벌받고 그럼으로써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그뿐"이라며 "그때까지 광장에 계속 나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