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0년만에 두자릿수 마이너스…반도체 살아나도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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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10년 만에 두 자릿수 마이너스라는 참사를 기록했다. 수출 한국의 위상이 급전직하하면서 가뜩이나 역주행하는 경제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10.3% 감소한 542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6000억달러를 넘었던 수출이 불과 1년 만에 고꾸라진 것이다.

연간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16년(-5.9%)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2009년(-13.9%) 이후 또다시 두 자릿수로 폭락했다. 반도체 값이 폭락한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악화로 중국 수출마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연간 3.0%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가격이 회복하고 미·중 무역분쟁이 누그러지면서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반도체 부활 시점이 안갯속인 데다 2단계로 접어든 미·중 무역분쟁 결과도 예단할 수 없어 위기감은 여전하다. 국내 산업계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핵심 품목의 올해 수출 반등 가능성에 대해 `*시계(視界) 제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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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시계제로란?

시력이 미치는 범위를 뜻하는 시계(視界)와 값이 없는 제로(zero)의 합성어로 시야가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게 된 경우나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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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국내 수출을 짓눌러 온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내외 악재가 연초에 다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반등을 기대하기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한 자동차와 글로벌 수요 부족이 지속되는 석유화학, 철강, 섬유 등은 올해에도 수출 반등을 이끌 만한 뾰족한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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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복하느냐가 수출 반등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4차 산업혁명발 슈퍼 사이클이 저물면서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메모리반도체가 올해 회복세에 들어갈 것이라는 희망적 예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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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이란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컴퓨터의 주력 메모리로 사용되는 램을 지칭한다. 모바일에 특화된 제품은 모바일 D램이라고 한다. 램은 정보를 기록하고 기록해 둔 정보를 읽거나 수정할 수 있는 메모리로, 전원을 공급하는 한 데이터를 보존하는 S램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데이터가 소멸되는 D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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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레시 : 정보들을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바꿔 저장해주는 것이 메모리 반도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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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회복 시점이다.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하반기에 접어들어서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관건은 미·중 무역분쟁이 얼마나 빨리 해결돼 글로벌 수요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인지, 메모리 업계의 대대적인 투자로 인한 공급 과잉이 얼마나 빨리 해소될 것인지 등 두 가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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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최대 수출 품목인 D램 가격이 2개월 연속 제자리걸음을 하며 바닥을 다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1일 시장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D램(DDR4 8Gb) 고정거래가는 2.81달러로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2.81달러로 하락한 이후 12월까지 3개월 연속 같은 가격대를 유지한 것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대규모로 거래가 이뤄지는 고정거래가의 선행지표인 현물 가격이 작년 11월 중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최근 메모리 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 주목하면서 올해 특정 시점에 D램이 공급 부족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반도체 제조 기업인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는 등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황 회복 신호가 본격 감지되면서 올해 D램 시장 1·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조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5G 스마트폰 판매 증가와 서버 등 대형 기업 고객사들의 구매가 확대되면서 2분기에 (업황이) 회복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정확한 반등 시점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반도체 외 수출 품목은 올해 큰 반등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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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51만대 생산 이후 10년 만에 연간 400만대 생산체제가 무너지면서 부품 업계까지 위기가 확산됐다. 최근 자동차 내수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마저 지난해 말 일몰되면서 올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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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와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를 내세워 다시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전망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만 업계는 올해 중국 인도 등 주력 해외 시장의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연이은 신차 출시와 정부의 노후차 교체 지원 정책 등으로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 성장의 둔화, 내수 부진 등으로 2019년에 이어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국내 경기 회복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과 해외 신증설 규모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도 수출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유 업계는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값)이 지난해 12월 18년 만에 처음으로 월평균 마이너스로 떨어지며(-0.2달러) 수출 개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아세안 지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해 공급은 늘어난 반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석유화학 업계는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정유 업계의 경우 2020년부터 선박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줄이는 국제해사기구(IMO) 규제가 시행되면서 저유황유에 대한 판매·수출이 지난해 4분기부터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일시적으로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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