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회사원 신모(24)씨는 매일 퇴근길 지하철 5호선 목동역 화장실 쓰레기통에 그날 사용한 마스크를 버린다. 역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3분이면 도착한다. 신씨는 "혹시라도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스크에 묻었을지 모르니 마스크를 집 밖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제주도의 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엔 "마스크 뒤처리 좀 잘합시다. 아파트 입구에 일회용 마스크 버려놓은 사람. 진짜 왜 그러시나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설마 자기 집에 세균 들어갈까 봐 그러는 거냐" "마스크 쓰는 사람이 늘수록 거리에 내팽개쳐지는 마스크도 늘어나네요" 등 공감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등산 갔는데, 산에도 버려진 마스크가 있더라" "PC방 같은 실내 공간에도 버려진 마스크가 널렸다" 등의 '버려진 마스크 목격담'도 잇따르고 있다.
우한 코로나 감염증에 대한 불안으로 마스크를 집 밖에 버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내 집엔 바이러스를 들이지 않겠다'는 심리에서다. 버스정류장은 물론 지하철역 입구와 주택가 공원, 심지어 아파트 입구나 화단에서도 버려진 마스크가 발견된다. 서울 서대문구 주민 대학생 박모(23)씨는 "신촌 연세로에 있는 쓰레기통에 마스크를 버리는데 나 말고도 버리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아무 곳에나 버린 마스크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환경미화원 A(65)씨는 "다른 것은 손으로 주워 담아도 마스크는 꼭 집게로 집어 탈탈 털어 쓰레기봉투에 담는다"고 했다. 여의도 버스 환승센터 담당자인 환경미화원 서모(76)씨는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를 하루에 30장 넘게 줍는다"며 "미세 먼지가 한창일 때도 이렇게 많이 버려진 적은 없었다"고 했다.
아파트 경비원들도 "단지 곳곳에 마스크가 버려진다"고 불만을 호소한다. 280여 가구가 거주하는 서울 당산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요즘엔 아파트 입구, 화단, 분리수거장, 어디를 가나 버려진 마스크가 있다"며 "일주일이면 마스크로 10L짜리 종량제 봉투가 꽉 찬다"고 했다.
환경부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특별대책'에 따르면, 감염 의심 증상자들이 쓴 마스크는 '의료폐기물'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 전용 봉투에 담아 소독한 다음 소각하는 게 원칙이다. 자가(自家) 격리자도 마스크를 의료폐기물 전용 봉투에 담아 밀봉한 다음 다시 종량제 봉투에 넣어 생활폐기물로 내놓아야 한다.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마스크는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쓰레기통에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만 집밖에 버리는 등 지나치게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