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가장 잘 드러나는 우리나라 음식으로는 떡이 으뜸이다. 조선시대 「떡타령」을 보자.
정월 보름 달떡이요, 이월 한식 송편이요, 삼월 삼질 쑥떡이로다.
사월 파일 느티떡에, 오월 단오 수리치떡, 유월 유두에 밀전병이로다.
떡 사려, 떡 사려······.
우리 선조들이 집에서도 철마다 떡을 해 먹었지만 한양에는 떡집이 많아 다달이 철에 맞는 떡을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떡은 흰 쌀가루에 쑥, 대추, 콩, 호박, 느티잎, 상추, 밤 등 어느 것과 섞어도 재료의 맛이 잘 살아난다. 쌀가루에 준비한 재료를 그대로 버물버물 섞어 찌거나, 쪄낸 흰떡에 재료를 넣고 절구에 쳐서 차지게 만들기도 한다. 치는 떡은 도병(搗餠)이라 하는데 정월 초하루에 만드는 가래떡이 대표적이다. 친 떡에 떡살로 문양을 눌러 자르면 절편이 되고 주물러 소를 넣고 조개 모양으로 빚으면 송편이 된다.
말랑말랑한 인절미
인절미는 잡곡이 많이 나는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찰곡식으로 만드는데 흔히 불린 찹쌀을 쪄서 오랫동안 쳐서 덩이지게 하여 이를 칼로 베어 콩고물이나 팥고물을 묻힌다. 찹쌀 외에 차조와 차기장으로도 만든다. 조인절미는 좁쌀만으로 하거나 찹쌀과 반씩 섞어서 만들며 생동쌀(차조의 일종)로도 만든다. 찰떡을 칠 때 데친 쑥을 섞으면 쑥인절미, 씨 뺀 대추를 이겨서 섞으면 대추인절미가 된다.
쑥굴리는 인절미처럼 찹쌀로 만들되 만드는 과정이 다르다. 남쪽 지방에서 봄이면 별미로 만들어 먹는 떡인데, 쑥을 끓는 물에 데쳐 충분히 쳐서 떡을 칠 때 섞는다. 『시의전서』에서는 “어린 쑥을 씻어서 살짝 데쳐 물을 꼭 짠 다음 찧어서 지에밥(찹쌀, 멥쌀 등을 시루에 쪄서 만든 밥) 칠 때 한데 넣어 친다”고 하였다.
대추인절미를 만들 때는 대추를 잘게 썰어서 쌀을 칠 때 섞기도 하지만 『시의전서』에서는 “좋은 찹쌀을 담가 흠씬 불린 후 건지고 떡 한 말을 하려면 대추 한 말을 씨를 발라 지에밥을 찔 때 얹어 찌면 좋다. 거피팥 고물이나 콩가루를 묻힌다”고 하였으니 찹쌀을 찔 때 같이 쪄내어 그대로 치대어 만들기도 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을 보면 “좋은 찹쌀을 깨끗이 씻어 불려서 시루에 안치고 소금물을 조금 쳐서 섞은 후 찐다. 보자기에 싸서 안반에 놓고 떡메로 지근지근 주무르듯 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보자기를 벗기고 쌀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랫동안 친다. 썰어서 거피한 팥이나 콩가루를 묻히고 꿀을 찍어 먹는다”고 하였다. 인절미를 만들 때 중요한 점은 멥쌀이 섞이면 안 되고, 찔 때 소금물을 주면서 쪄야 하며, 찐 찹쌀을 칠 때에 먼저 보자기에 싸서 치다가 덩이가 되면 보자기를 벗기고 더 오래 치는 것이 요령이다.
궁중의 잔치 음식 기록인 『원행을묘정리의궤』(1795년)에 나오는 ‘각색인절병(引切餠(인절병))’에는 찹쌀 2말, 팥 5되, 대추 5되, 석이 5되, 건시 2곶, 깨 2되, 잣 2되, 꿀 1되의 재료가 쓰였다. 재료로 보아 거피팥 고물을 묻힌 대추인절미와 잣가루 고물을 묻힌 석이인절미, 깨 고물을 묻힌 건시인절미의 세 가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1873년의 잔치에는 ‘은절병(銀切餠)’이 나오는데 재료는 나와 있지 않다. 한자로는 ‘引切餠(인절병)’, ‘印切餠(인절병)’ ‘引截米(인절미)’ 등으로 기록했으며, 중국에도 이 떡에 대한 기록이 몇 군데 남아 있다. 고려 시대 『고려사』에는 종묘 제사에 올린 떡으로 쌀떡(白餠(백병)), 수수떡(黑餠(흑병)), 인절미(粉餈(분자)), 술떡(酏食(이식)) 등이 나오며 조선 시대의 종묘 대제에도 같은 떡을 올렸다.
인절미는 예부터 황해도의 연안 인절미를 으뜸으로 꼽는다. 『규합총서』에서는 “연안 것이 나라 안에서 제일이니, 만드는 법을 보면 찹쌀을 멥쌀 하나 없이 가려서 더운물에 담가 날마다 물 갈기를 사오 일 한 후에 건져서 무르녹게 찐다. 그런 다음 오랫동안 치는 것이 좋다. 대추를 가늘게 두드려 떡 칠 때 넣고 볶은 팥을 묻혀 굳힌다”고 하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연안 인절미는 진품 찹쌀만을 사용해 통째로 찌지 않고 가루를 내어 쪄서 많이 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소화도 잘 되고 든든한 아침 대용식
인절미가 오래되어 굳으면 구워서 먹는 맛도 좋다. 구울 때는 고물이 묻은 것은 털어 내야 타지 않으며 불을 아주 뭉근하게 해서 굽되 생선이나 고기를 굽던 석쇠는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떡이 익으면서 부풀어오르면 합이나 그릇에 꿀을 발라서 켜켜이 재워 둔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떡을 담은 합을 아랫목에 묻어 두었다가 장국을 먼저 먹은 다음 떡을 먹는 것이 좋고, 인절미에 콩가루를 묻히지 않고 물에 넣어 흰죽같이 쑤어 꿀을 타 먹으면 든든하여 노소에 아주 좋다”고 하였다.
인절미의 고물은 노란 콩가루가 가장 흔하지만 색색이 하려면 파란 콩가루와 흰깨, 검정깨, 거피팥 고물 등을 준비한다. 깨 고물은 깨를 볶아 찧어 체로 쳐서 곱게 만들고, 흑임자도 마찬가지로 한다. 예부터 혼인 때에는 떡을 많이 만들어 잔치에도 쓰지만 신부집에서 신랑집에 보내는 이바지 음식으로도 많이 이용했다. 그중에 인절미는 반드시 썰지 않고 길게 만들어 큰 목판에 담아 간다. 대개 오색 인절미를 하는데 흰팥 고물이 금방 쉬기 때문에 요즘에는 볶은 팥고물을 쓰거나 계핏가루나 코코아가루를 묻히기도 한다.
요즘 직장인들은 입맛도 없고 시간에 쫓기는 아침에 소화도 잘 되고 든든하다고 하여 밥이나 빵 대신 찰떡을 먹기도 한다. 찰떡을 무른 상태에서 냉동했다가 꺼내어 상온에 두면 원래의 말랑말랑한 질감이 살아나므로 냉동고에 넣어 두고 조금씩 꺼내 먹는다. 찐 찹쌀은 치면 칠수록 멥쌀보다 당화가 빨라 소화 흡수는 좋은 편이지만 떡으로 만들면 조직이 치밀해져서 부피가 삼분의 일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밥보다 더 많이 먹은 결과가 되므로 소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뱃속이 든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조리법
잡곡이 많이 나는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많이 만들던 떡이다. 찹쌀 외에 차조와 차기장으로도 만들었다.
재료(찹쌀 2되분)
찹쌀 10컵, 노란콩가루 1컵, 푸른콩가루 1컵, 거피팥 1컵, 설탕 2큰술, 소금 2작은술
(가) 소금 1큰술, 물 ½컵
(나) 소금 3큰술, 물 1½컵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고물로 쓸 콩가루는, 미리 콩을 씻어서 볶아 맷돌에 넣고 반으로 쪼개서 껍질을 없애고 소금을 넣어 블렌더에 곱게 빻아서 고운 체에 내린다. 콩가루에 설탕을 섞는다.
2. 거피팥은 하룻밤 불려서 손으로 비벼 껍질을 벗겨 찜통에 행주를 깔고 푹 쪄내어 뜨거울 때 소금을 넣고 찧어서 굵은 체에 내려서 팥고물을 만든다.
3. 찹쌀은 깨끗이 씻어서 6시간 이상 불려서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빼고 베보나 행주를 깐 시루나 찜통에 담아 1시간 정도 푹 찐다. 도중에 (가)의 소금물을 고루 뿌려 위아래를 섞어서 고루 찐다.
4. 잘 찐 찹쌀을 절구나 안반에 쏟아서 공이나 떡메에 (나)의 소금물을 적시면서 쌀알이 없어질 때까지 찧는다.
5. 친 떡을 도마나 넓은 쟁반에 놓고 길게 막대 모양으로 만들어서 칼로 적당하게 썰어서 준비한 고물들을 고루 묻힌다. 또는 친 떡을 손으로 둥글게 빚어서 고물을 묻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