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가장 늙었고
저녁이면 다시 젊어져
어둠이 눈꺼풀을 덮는 밤이면
어, 어린애가 되어
옛날의 동산에 올라가
꿈이 있던 자리를 더듬는다
산딸기를 찾아 헤매는 동안은
두렵지 않았지
왜 늦었냐는 엄마의 잔소리도
시계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
내 놀던 옛동산에서 내려와
꿈이 깨진 뒤에도
살아서 비겁한 밥을 먹으며
어딘가 뒷맛이 씁쓸하지 않은
내 몫의 달콤한
산딸기가 남아 있을 것 같아
숨어서 눈을 반짝이는
순진무구가 이 세계를
지탱해왔어
-최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