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소멸.41
- 까치밥
박제영
첫눈이 내린 지 오래도록, 가지만 저리 흉흉하도록, 붉은 감 하나 까치밥으로 매달려 있
어, 참으로 미련한 집착이구나, 오늘 그예 사라지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어, 잎이 다 진 나
무들 한 모양으로 잔 가지 흔들리는데, 어느 것이 감나무고 어느 것이 단풍나무인지 모르
겠는 것이야, 문득 내 안의 마지막 까치밥 하나는 무엇이게 하는, 붉은 혼과 같은 까치밥
하나가 있기는 있는 것일까,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