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 靑果
김광림
무르익은 손을 불러
수줍게 떨어지는
과일이듯
한 낮에 열린
햇망울은
천도(天桃)
요령을 흔들어 놓은듯이
수 없는 햇씨가
쨍쨍이 반짝이며 떨어지는 소리.
야만의 과도를
번득여
미각을 나누지만
사랑의 모습처럼
밝아오는
빛깔.
청과는 비로소
묻은
햇살의 푸른
먼지.
과일 속에 스며들면
단맛으로 빚어지는 종교(宗敎)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