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시장
윤재철
오이가 비를 맞고 있다
가락시장에도 못 간
구부러지고 볼품없는 흰 오이
예닐곱개씩 쌓아놓고
무더기가 예닐곱개
좌판도 없이
아스팔트 맨땅 위에
얇은 비닐 한장 깔고 앉아
비를 맞고 있다
장날도 아닌 공주시장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아주머니는 중국집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턱을 괴고 있는데
대책없는 오이는 시퍼렇게 살아
다시 밭으로 가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