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의 아파트 생활이 건조하여 작은 한옥으로 이사와 4년을
살고 있다.
마치 젊음을 타향에서 보내고 늘그막에 고향의 품속에 안긴 느낌이다.
도시한복판이라 편리해서 좋고, 저녁이면 지리산 산골같이
조용해서 좋다.
그보다 더 좋고 행복한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작은 화단에 물을
뿌리면서 아기의 얼굴처럼 하루하루 변모하는 꽃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보는 키다리 나리꽃, 겸손히 고개숙인 백합화, 아침햇살에
빨갛게 반짝이는 단풍나무, 작년에는 하얀얼굴이 금년에 연보라빛으로
변한 얼굴 큰 수국, 그 외 작은 여름 꽃, 봄꽃의 사명을 다하고 푸른
잎으로만 서있는 연산홍,작은 어항의 물고기들, 곧 피어날 것 같이
입을 벌리며 팔을 펴고있는 여름의 여왕 능소화의 거대한 무리들,
하얀 피부에 달콤한 향기를 왼종일 풍기는 치자 꽃 등은 신이 여름에
선물한 사랑하는 내 가족이다. 나는 그 선물과 깨끗이 청소한 마당을
바라보며 마루 벽에 기대어 책을 읽는다.
그렇게 찾아도 숨어있던 행복이 상그레 웃으며 나타나 날 보며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