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북한은 37년 전 나포한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작성했던 '사죄문'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22일 '소개 편집물'에서 1968년 1월 23일 북한 영해상에서 나포된 푸에불로호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1년간 전쟁 발발 직전까지 치닫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으나 고(故)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명한 지도에 의해 미국 정부로부터 사죄문을 받아내고 항복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사죄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앞'으로 돼 있으며 미 합중국 정부를 대표해 미 육군 길버트 우드워드 소장이 1968년 12월 23일자로 서명했습니다.

사죄문은 "미 합중국 정부는 공화국 영해에서 조선인민군 해군 함정들의 자위적 조치에 의해 나포된 미국 함선 푸에블로호가 공화국 영해에 여러차례 불법 침입해 중요한 군사 및 국가적 기밀을 탐지하는 정탐행위를 하였다는 이 함선 승무원들의 자백과 공화국 정부 대표가 제시한 해당한 증거문건들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미국 함선이 공화국 영해에 침입해 엄중한 정탐행위를 한 데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지고 이에 엄숙히 사죄하며, 앞으로 다시는 어떠한 미국 함선도 공화국 영해를 침범하지 않도록 할 것을 확고히 담보하는 바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아울러 미 합중국 정부는 공화국 측에 의해 몰수된 푸에블로호의 이전 승무원들이 자기들의 죄행을 솔직히 고백하고 관용성을 베풀어 줄 것을 공화국 정부에 청원한 사실을 고려해 이들 승무원을 관대히 처분해 줄 것을 공화국 정부에 간절히 요청하는 바입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중앙TV에 따르면 당시 김 주석은 푸에블로호 사건의 유엔 제소를 무효화시키고 북ㆍ미간 회담을 진행하되 회담을 정부적 성격으로 하며, 푸에블로호가 북한 영해에서 정탐행위를 한 점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안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사죄문을 받아내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푸에블로호의 정탐행위를 폭로하는 내외신 기자 회견 자료, 푸에블로호 선원들의 공동 사죄문, 선원들이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 공개됐습니다.

당시 군사정전위원회 북한측 수석위원이었던 박중국 전 외교부(외무성) 순회대사는 두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미국과 회담한 결과 마침내 "미 선원들을 미국측에 인도하는 방법이 아니라 정탐행위를 하다가 붙잡힌 자들로 공화국 영외로 추방하는 방법으로 내쫒았고 푸에블로호는 공화국의 전리품으로 돌려주지 않는다"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한편 북한은 강원도 원산에 전시돼 있던 푸에블로호를 평양 대동강변으로 옮겨 1999년부터 일반인에 공개했으며 반미 교육 장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