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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박물관
‘80년대’의 초상, n세대 공습
추억은 방울방울 | 2012.01.14 | 조회 19,801 | 추천 54 댓글 1





















그 시절 시대상 담은 문화상품 봇물 … 근심 없던 어린 시절 겪은 ‘비현실적 과거’의 추억?








#사진1#
7080콘서트,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조습의 사진 작품 ‘습이를 살려내라!’2002,2004 f/w 돌체 앤 가바나·프라다, ‘개그콘서트’의 복학생(왼쪽부터).

 


할아버지와 7살 난 손자, 그리고 30대 초반의 엄마 아빠 등 3대가 모여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를 시청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요일 밤 풍경이다. ‘개콘’의 최장수 코너 ‘봉숭아학당’에서 ‘복학생’이 벌떡 일어나 “너희들 나 복학생이라고 무시하는데, 내가 요즘 유행하는 최신 노래 들려줄게. 뭔지 알아? 바로 소방차야!”라고 말하자 엄마 아빠가 자지러지며 폭소를 터뜨렸다.


‘복학생’이 입은 ‘목폴라’, 셔츠의 앞자락만 청바지 허리춤에 넣은 패션, 그리고 ‘나이스’ 운동화에 배를 잡고 웃는 사람도 엄마 아빠뿐이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도대체 무얼 보고 웃어야 할지 모른다. ‘복학생’은 80년대의 ‘추억’을 파는 것이다. 


다소 뒤죽박죽된 ‘80년대 복학생’은 출연한 지 한 달 남짓 되지만 올해 데뷔한 신인 개그맨 유세윤(25)에게 확실한 인기를 안겨준 캐릭터다. 99학번이라는 유씨는 “99학번 복학생도 80년대와 비슷하냐”는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인터넷에서 ‘추억의 외화’ ‘추억의 드라마’ ‘3040카페’ 등에 가입해 정보를 모으지만 가장 확실한 건 선배들의 반응을 떠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우리형’ 개봉 앞둬


또한 신자유화 이데올로기의 기원을 프로야구에서 ‘발견’한 박민규의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지난해 여름 출판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올해 추석에는 그 삼미슈퍼스타즈에서 5년 동안 단 1승을 거둔 투수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 개봉한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001)가 70년대를 추억하여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이어진 ‘복고’의 파장은 70년대 중반의 ‘말죽거리 잔혹사’와 70년대 말의 ‘동감’ ‘9살 내인생’, 80년대의 쌈마이들을 다룬 ‘품행제로’ ‘해적 디스코왕 되다’와 80년대 살인 괴담 ‘살인의 추억’에까지 미쳤다. ‘슈퍼스타 감사용’에 이어 10월에는 ‘가까운 과거형’인 ‘우리형’까지 추억이 소급된다.


추억에도 가속도가 붙는다면, 그것은 주요 소비자층의 나이가 그만큼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80년대의 시대상을 담은 작품이나 상품이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산주의권이 몰락한 90년대 초·중반 무렵 어둡고 암울했던 시절을 ‘추억’하는 작품들이 쏟아져나왔다. 그것들은 살아남은 자들의 반성이기도 했고, 힘을 못 쓰게 된 식물로서 80년대를 바라보는 것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후일담’ 문학이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민중미술 15년전’이었으며, 영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홍기선)나 ‘상계동 올림픽’(김동원)이 있었다. 좀 늦게 나왔지만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2#








 
80년대가 계몽주의와 스포츠의 시대였음을 보여주는 어린이 용품.

러시를 이룬 7080 콘서트처럼 30, 40대를 대상으로 하여 그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상품들이 올해의 히트 상품이긴 하지만 n세대에게 팔리는 80년대는 이것과 확연히 다르다. 적어도 10대에서 30대 초반의 소비자들에게 80년대는 이른바 386세대의 그것과 다른 시절이었다.


“시위요? 어려서 그런 건 몰랐고, 나이 든 후에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서야 당시 데모를 많이 했다는 걸 알았어요.”


만 31살 직장인 최모씨는 그러나 80년대가 프로야구의 시대였던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그는 “나도 MBC 청룡 리틀야구단이어서 회원증도 간직하고 있다. OB 박철순 선수가 당시 남자로선 드물게 퍼머머리라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소설가 박민규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이야기하는 바, 1982년 야간 통행금지 해제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한 것까지 열거한 뒤 그는 “그랬거나 말거나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찌됐건 상관없는 일이고, 나는 오로지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1982년을 기억한다”고 말한다.


또 리틀야구 팬으로 80년대를 보낸 김종현 감독(역시 70년생으로 OB 열혈팬)이 ‘소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슈퍼스타 감사용’의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사에 들고 갔다는 것은 80년대가 젊은 소비자층에게 이미 보편적 ‘추억’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인사동의 골동품 가게 ‘토토의 오래된 물건’의 민권규씨도 “8년 전엔 70년대 물건을 수집하고 팔았는데, 요즘은 80년대 물건을 ‘네오 앤티크’로 거래한다”고 말한다.


고색창연한 ‘삼양라면~!’이라는 로고송을 n세대 모델들과 결합하여 새로운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은 최근 혜은이의 ‘파란나라’를 배경음악으로 쓴 ‘파란닷컴’과 전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삼성그룹 이미지 광고로 광고계의 복고 붐을 주도하고 있다. 제일기획의 양승원씨는 “지금 새로운 소비세대로 등장한 세대는 80년대에 어린이였다. 가장으로 식구 먹여살릴 책임도 없었고, 데모에 찌들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80년대는 경제 성장기에 부모 밑에서 편하고 근심 없던 어린 시절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이들에게 80년대는 어린 시절의 개인적 기억과 미디어를 통한 단편적 조각들로 형상화된다.













 

 


“n세대에게 80년대는 ‘웃기는 짬뽕’으로 인식”


 


80년대 영화에 꼭 등장하는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차림의 전경들과 전위적인 페퍼포그 자동차, 동경할 수밖에 없었던 파란 눈의 영웅 ‘원더우먼’, 롤러장 출입을 퇴학당할 만큼 대단한 범죄로 처분하던 학교, 이를 절대적인 권위로 수호한 교사들, 똥 푸는 바가지와 똥차, 감히 눈뜨고 보기 황송했던 ‘애마부인’의 커다란 가슴, 컬러 TV로 ‘전원일기’의 분홍색 코스모스를 처음 확인한 사람들, 오후 5시면 온 국민이 ‘얼음꽝’을 하던 국기 하강식, 혼식의 날, 반공의 날과 멸공의 날, 이날이면 꼭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던 ‘이 어린 연사’ 등은 지금의 n세대에겐 너무나 비현실적인 과거가 되어버렸다.


그 시대는 인터넷과 세계화가 일상이 된 젊은 소비자들에게 너무나 비합리적이어서 오히려 포스트모던한 세계로 받아들여진다. 이 계몽주의와 우민화의 시대에 소시민의 자유에 대한 열정과 눈물은 희화화된다.


문화평론가 이영미씨에 따르면 지금의 젊은 n세대에게 80년대는 시니컬한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웃기는 짬뽕’인 것이다.


이씨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한-70년대적 요소가 섞여 있다-뮤지컬 ‘달고나’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10, 20대에게 80년대는 ‘판타지랜드’다. 실제 이상으로 과장된 촌티와 비합리성에 그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또한 비운동권이었던 30, 40대 관객들에게 80년대는 구창모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웁빠웁빠웁빠’란 흥겨운 리듬으로 기억된다. 주인공이 운동권 대학생인 ‘달고나’에 ‘사계’와 ‘그대 눈물 마르기 전에’ 등 두 곡의 운동가가 등장하는데 보기에 낯뜨거웠다. 80년대 운동이란 젊은 소비자들에게 ‘소품’일 뿐이다. 중요한 건 나를 포함해 누구도 그것에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사진3#
젊은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뮤지컬 ‘달고나'


뮤지컬 ‘달고나’ 장기 공연 돌입 예정 ‘인기 실감’


 


이씨의 말처럼 ‘그랬거나 말거나’ 뮤지컬 ‘달고나’는 9월5일까지 1만4000명을 동원, 날마다 140석을 꽉 채웠고 12월부터는 장기 ‘오픈 공연’에 들어간다.


또 다른 추억의 TV 프로그램 ‘쟁반노래방’을 보자. 교복을 입은 출연자들이 노래를 완전히 외울 때까지 위에서 떨어지는 양은 쟁반을 맞게 돼 있는 이 프로그램은 터무니가 없어 외워지지 않는 번안 동요를 맞아가며 암기하던 80년대를 회고한다. 그 속에 숨은 폭력성을 경험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그저 연예인들이 쩔쩔 매는 것이 재미있을 뿐이다.


음악계에서도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힙합과 알아들으면 더 정 떨어지는 노래들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80년대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2% 부족한 달콤한 멜로디를 제공한다. 심의로 인해 사랑 타령 외에는 노래할 수 없던 80년대, 상대적으로 가수들은 멜로디로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이수영 같은 신세대 가수가 ‘광화문 연가’ 등 발라드를 리바이벌해 인기를 모았고, ‘나 항상 그대를’ ‘분홍립스틱’ 같은 노래도 OST로 다시 히트했다. 뮤지컬 ‘맘마미아’도 아바의 아름다운 노래들로 젊은 관객들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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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TV프로그램 '쟁반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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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를 추억해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복고’ 광고.


80년대를 즐겁고 달콤한 시대로 추억하는 경향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패션업계다. 올 가을 겨울 디자이너들은 70년대 글램록에서 저항정신을 빼고 80년대의 풍요를 반영해 극단적으로 사치스럽고 번쩍번쩍거리며 장식이 많은 옷을 트렌드로 제시한다. ‘발렌시아가’ ‘돌체 앤 가바나’ ‘구찌’ ‘크리스찬 디올’ 등의 ‘글램록’ 라인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그동안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던 ‘프라다’마저 흑옥과 크리스털, 스피츠(개) 털까지 사용해 여기에 합류했다.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모피와 인조 보석, 금빛 장식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패션정보회사 퍼스트뷰의 이정민 이사는 “80년대를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당시의 자유롭고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따와 만화캐릭터를 재해석하거나 싸구려 플라스틱 주얼리를 사용하기도 하고, 80년대 스포츠룩을 믹스매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유행은 이미 동대문시장을 점령했다.


패션홍보대행사 ‘인트렌드’ 김기동씨나 ‘돌체 앤 가바나’ 홍보담당자 신지연씨의 분석은 ‘경기가 나쁠수록 패션은 화려해지려고 하며, 우리나라 실물 경제보다는 해외 트렌드가 패션엔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에 대한 복고가 전 세계적인 경향이라는 뜻이다.


향수병은 어디서 왔든지 퇴행과 미래에 대한 전망 없음이라는 혐의를 받는다. 특히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레이건 시대’에 대한 향수병이 유포되고, 우리나라에선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그리움이 전염병처럼 퍼진다.


‘슈퍼스타 감사용’을 제작한 사이더스의 노종윤 이사는 “불안감 때문에 강력한 파워에 대한 그리움이 80년대에 대한 향수로 반영되는 듯하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주인공 김범수가 전경 앞에서 야구공을 던지는 행동이 마치 화염병을 투척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을 촬영했지만 ‘영화 흐름을 깨뜨려’ 편집에서 빼기도 했다.


386 이상 세대에게 80년대를 다시 만나는 것은 텔레비전에서 기어나오는 귀신 사다코처럼 괴로운 일일 수도 있고, 좋았던 과거에 안주하려는 퇴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80년대를 프로야구의 시대로 기억하고 동요 대신 서태지의 노래를 부른 n세대는 다른 방식으로 80년대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대중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느끼고 즐기지 못하는 문화는 문화가 아니며, 따라서 거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현장성’과 ‘공공성’, 그리고 ‘행동주의의 미학’(미술평론가 김준기)이 80년대가 새로운 세대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일 것이다. 80년대를 진지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예술가들은 대부분 더는 80년대를 형상화하지 않는 반면, 이제 20대와 30대인 젊은 예술가들은 가장 험악한 80년대도 경쾌하게 부딪친다.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그 사진을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스스로 연출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젊은 작가 조습(28)을 미술계에서는 비난하기는커녕 80년대 리얼리즘 미술의 적자로 인정한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박민규가 말하는 것도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미래에 대한 거부다.


문화평론가 이영미씨는 이렇게 말한다.


“80년대가 90년대로 넘긴 문화적 건강함을 잊은 건 아닐까 유감스러울 때도 있지요. 하지만 젊은 세대는 그들의 방식으로 변화를 이뤄내겠죠. 그들이 어떻게 꿈을 이룰지, 그들의 희망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그것을 지켜보는 게 우리의 일이지요. 지켜보기도 힘겹지만요.”


 



















80년대 음악

‘팝’의 출발에서 정점까지 … 미국엔 마이클 잭슨, 한국엔 조용필








#사진6#
80년대 팝 문화의 상징인 마이클 잭슨. 아이들은 모두 한번쯤 그의 ‘문워크’를 흉내냈다.

1980년대 음악의 첫 번째 코드는 ‘팝’이라는 단어다. 상징적으로, 79년에 발표된 ‘팝 뮤직(Pop Muzik)’이라는 노래가 80년대의 특징을 예견하고 있다. M이라는 거의 익명에 가까운 밴드가 부른 이 노래는 60년대가 히피들의 ‘반문화(counter culture)’ 시대였고 70년대가 그 문화적 의의의 함몰을 보여주는 시기였다면, 80년대는 그 모든 것이 ‘팝’으로 체계화되는 시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빌보드 차트’로 대표되는 팝의 시스템은 고도로 체계적인 방식으로 팝 음악의 위계를 세운다. 디스코, 록, R&B(리듬 앤드 블루스) 등으로 장르가 까다롭게 세분화되었고, 이 세분화된 질서의 권위에 의해 대중의 감각과 기호는 재정의되고 수동화된다.



80년대의 또 하나의 코드는 ‘비주얼’이다. 팝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MTV는 80년대를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이는(Video killed the Radio Star)’ 시대로 만들어버렸다. 이들은 헤비 메탈 가수들의 서커스 스타일과 동전의 앞뒷면이었다. 신디 로퍼와 마돈나는 진실 또는 상업주의 혹은 대담하게 속옷을 겉에 입었으며, 마이클 잭슨은 별장갑과 별양말을 신고 문워크를 하면서 ‘빌리 진’을 불러 수천만 장의 음반을 팔아치우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다. 마이클 잭슨의 팝은 80년대의 정 가운데, 80년대의 정점에 서 있다.



이 화려한 80년대는 레이건의 시대였다. 그는 ‘스타워즈 계획’을 발표했고, 신흥 테크노크라트 여피들과 일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빈민층의 신음소리는 더 높아졌다. 복지예산은 별들의 전쟁에 예산을 내주었다. 화려한 여피의 시대인 80년대는 거꾸로 갱스터의 삶을 그리는 힙합을 길러냈고, 화려함이 싫은 80년대 젊은이들을 펑크의 후계자인 인디 록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힙합과 인디 록은 80년대의 언더그라운드에서 90년대를 준비한다.



80년대의 우리나라는 의미가 조금 다르지만 ‘팝’의 개념이 정립되던 시기였다. 전두환 정권은 정통성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팝을 끌어들여 이용한 우리나라 첫 독재자다. 박정희는 장발단속을 했지만, 전두환은 ‘애마부인’을 길러냈고 조용필을 키웠다. 조용필이 허구한 날 KBS에 등장한다. 이것은 팝의 국가적인 체계화를 의미한다. ‘기도하는--꺄악!’의 댓구는 팝 아이돌과 그 지지자들의 관계를 상징하는 대한민국 첫 번째 카피다. 때마침 등장한 ‘컬러 TV’로 대중의 눈은 더욱 현혹되었다.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80년대는 이런저런 이유로 볼거리들이 더 많아지던 때다. 그리고 화려함과 달콤함의 뒷면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그 허위를 진지하게 되묻던 시대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의 복고풍은 80년대의 촌스러운 화려함을 즐기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영화 ‘품행제로’는 그중에서 베스트로 꼽힐 만하다. 김승진과 박혜성이라는 팝 아이돌을 등장시켜 초기 팝 시대의 때묻지 않은 상업성을 즐거이 추억한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의 진수인 달콤함과 이면의 신음소리, 허위와 균열을 제대로 음미하도록 해주는 복고풍이 등장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성기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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