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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박물관
댕기머리 열여덟살 처녀들의 명절나들이
훗♡ | 2011.06.04 | 조회 12,957 | 추천 135 댓글 1


35년전 추석때 댕기를 드리고 동네 뒷산에서 한 컷.



벌써 35년전 1967년일이다. 아마 그때가 추석이었던 성 싶다. 머리를 길게 땋아 댕기를 드리고, 어머니가 지어주신 한복으로 한껏 치장을 하고 오른 동네 뒷산이었다.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석순(52.맨왼쪽)과 수옥, 그리고 나(54.맨 오른쪽)는 ‘댕기머리 콘테스트’라도 하듯 키 큰 순서대로 나란히 섰다. 당시는 위로 한살, 아래로 한살 정도 차이가 나도 모두 동무였다. 하동서 식당하는 석순이나, 통영서 고가구점을 하는 수옥이도 아마 이 사진을 보면 뒤로 넘어갈 듯 ‘열여덟살 처녀때로 돌아간 듯’ 웃어대겠지. 가끔 오가는 길에 서로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나누고 있지만 그 때의 추억은 각자의 가슴속에만 있을 것이다.



내 고향은 하동 적량면, 냇물이 거울처럼 맑다는 ‘명천(明川)’마을이다. 당시야 지금처럼 농촌이 어디 무시당했던가. 사람사는 냄새 물씬했고 한 가족이나 다름없던 동네사람들은 먹을 것 하나도 나눠먹고 ‘마실’도 다니고 했었는데. 80가구쯤 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결혼하기 이태전인 그 때의 나는 ‘말똥만 굴러도 깔깔거린다던 처녀’딱 그대로였다. 어울려 놀던 동무가 12명. 우린 개울가에 놀러가 맑디맑은 물에 첨벙들어가 고둥도 한 바구니 잡아 올렸고, 동네 들머리에 ‘잠자듯 누워있는 모습’의 소나무에 줄을 걸고 동네밖에 훤히 보일만큼 그네도 시원스레 타곤했다. 또 우물은 얼마나 좋았던가. 우물은 동네의 크고작은 행사를 알려주는 정보통이었고, 여름날 목욕하고 또 빨래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잘대기도 하는 만남의 장이었다.



다른 집안처럼 우리 아버지도‘말만한 처녀가 돌아다니면 안된다’며 엄하셨지만, 난 기회만 있으면 ‘새끼를 꼰다’‘친구들과 만나 수놓기로 했다’고 핑계를 대며 동무들 집에 팔랑거리며 놀러다녔다. 지금와서 돌이켜봐도 우리처럼 재밌는 그 시절을 보낸 이도 많지 않다. 둘만 모이면 콩쿠르 나가 볼거라고 목놓아 노래연습도 했고, 그러다 출출해오면 능숙한 솜씨로 지짐도 부쳐먹었다. ‘나의 지짐 부치는 솜씨’는 (자랑같지만) 지금 내가 사는 동네서도 알아주는, 동생들이 놀러와서도 제일 먹고싶어하는 일품메뉴가 됐다.



물론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 겨울날 빨래하기란 살이 깎이듯 고통스럽기도 했고, 소 풀먹이러 먼 곳 까지 가는 날은 다리도 많이 아팠다. 또 가정형편때문에 남동생이나 오빠만큼 배우지 못한 것도 슬펐다. 그렇지만 그 고통까지도 추억으로 남아있는 걸 보면 몸은 고달팠어도 ‘사람사는 정겨움’이 진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본다.



(정숙자.54.마산시 중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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